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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학폭, 그리고 더 글로리

최근 뉴스에는 두 가지 부정적인 뉴스가 나온다. 전세계 어떤 국가도 역사상 유례없는 0.7대의 출산율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달성했다는 뉴스, 그리고 어느 전 인권관리 검사의 아들이 학폭을 했지만 서울대에 입학했다는 뉴스, 어느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승후보가 학폭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 경연을 진행하겠다는 뉴스. 이 두 이야기는 관련 있는듯 없는듯 복잡하게 얽혀있다.

2월에 터진 굵직한 학폭 사건들은 마침 시즌2 공개를 코 앞에 둔 <더 글로리>를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역할을 했다. 드라마 속 가해자들은 떵떵거리면서 어딘가 모르게 여전히 삐그덕거리는 삶을 살고 있다. 덕분에 피해자인 문동은이 설계한 복수의 무대에 가해자들이 올라왔다. 통쾌한 복수는 씁쓸함만 남는다. ‘이 복수가 끝나면 문동은씨는 행복해집니까?’ 드라마속 문동은은 바닥에서 다시 시작점으로 올라오기 위해 복수를 계획한다. 하지만 현실의 피해자는 행복해질 힘과 시간이 없는 반면 가해자는 작은 흔들림도 없이 성공가도를 달린다. 차가운 현실에 사는 우리가 뜨거운 <더 글로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진부한 권선징악 교훈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드라마에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은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을 뿐. 피해자도 충분히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 가해자도 극악무도한 인간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무고한 피해자였던 동은이는 빛나는 복수를 위해서 나쁜 사람을 자처한다. 인간은 각자 여러 가면을 가지고 있다. 피해자가 항상 불쌍하고 힘없는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다. 문동은과 강현남 같은 피해자도 있지만, 주여정 같은 든든한 힘이 되주는 피해자도 있다. 악역을 연기한 배우들이 더 많은 인기를 얻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피해자, 가해자, 착한 사람, 나쁜 사람.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가, 법이 모두에게 공정한 잣대를 가지고 집행했다면 문동은도, 박연진도 선로를 탈선할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사회 곳곳에 뚫린 예외와 특혜라는 이름의 불공정함은 끝내 우리에게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물리는 청구서를 들이내밀 것이다. 0.7이라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국가, 시대에서도 보지 못한 출산율을 보여주는 2023년의 대한민국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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