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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아마 그를 처음본 건 10년 전 인기있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연애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당시로 따지면 나름 힙한 예능이었는데 거기서 4명의 메인 MC 중 한 명으로 등장했다. 특유의 무관심하다는 시크한 표정으로 촌철살인 대사를 날리는 것이 그의 캐릭터였다. 연애 예능 등판 이후 썰전에서 정치를 논하기도, 본업인 영화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TV에서 보이지 않았고 그가 암투병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들었다. 그리고 그는 힘겨운 암투병에서 생환했다. 이제는 TV를 보지않아 지금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TV에 나오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거의 매일, 매주 SBS 라디오 '허지웅쇼'에서 목소리를 듣는다.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마녀사냥에서의 날카로운 캐릭터와 "허지웅쇼" 웅디의 간극은 그 시간만큼이나 온도 차이가 커서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다. 하지만 글이나 목소리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변화는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살고 싶다는 농담" 에세이를 읽으면서 든 생각도 허지웅이라는 인물만큼이나 글이 가진 온도도 변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분명 문체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따뜻한 글이 많았다. 가을 같이 쌀쌀하고 쓸쓸함이 느껴지던 그의 글에서 봄의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봄이 오기 전 추운 겨울에 놓여있어 따스한 볕 같은 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한 마디 '삶은 글로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저 살아내는 것입니다. 나는 삶을 살아냈습니다.'

 

그는 쉽지 않은 고비를 이겨내며 삶을 살아냈다. 다시 시작한 그의 현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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