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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부동산의 급격한 자산 가치 상승 때문일까 유튜브에서 홍익대학교 건축학 교수 유현준 교수가 나오는 영상이 점점 더 많이 구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고 있다. 지금의 개발도상국 같은 서울말고 정말 사람이 사는 도시를 만들자고 이야기하는 영상이 많다. 길거리에 의자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길에 머물 수 있게 하고, 교도소같은 학교를 바꿔서 정말 아이들에게 창의력을 심어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벽식 구조의 아파트 대신 기둥식의 아파트를 공급하여 주거의 다양성을 확보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중에는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고 일부 설득되는 부분도 많아서 영상을 계속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공간이 만든 공간>이라는 유현준 교수의 저자도 찾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인간이 만든 ‘공간’ 처음부터 미래까지 다루는 내용이기 때문에 유발 하라리의 유명한 저서 <사피엔스>와 많은 부분에서 겹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말하는 공간이란 ‘사피엔스’가 만들어낸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간이 만든 공간’ 책을 읽기 전에 ‘사피엔스’를 읽어보는 것을 꼭 추천한다. 

이 책에서 나오는 처칠의 한 마디 “인간이 만들어낸 공간에 인간이 영향을 받는다.” 이 한 문장이 책 전체 내용을 꿰뚫는다. 우리가 만들어낸 공간, 도시, 아파트 그 안에서 우리는 태어나고, 교육받고 성장한다. 그리고 또다시 도시와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서 직업을 가지고 삶을 영속한다. 따라서 우리는 삶을 사는 동안 끊임 없이 공간과 상호작용한다. 우리가 사는 공간, 도시, 집에는 우리가 처한 기후 같은 환경뿐만 아니라 삶의 패턴, 음식, 언어와 같은 문화와 역사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따라서 책의 시작부분은 호모 사피엔스가 무리를 이루고 특정 공간에서 ‘거주’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현실에서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메타버스까지 인간이 활동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의 건축 행위는 일차적으로 물체를 만드는 것이지만, 최종 목적은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빈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

건축이 다른 물체 제조와 다른 점은 공간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긴다는 점이다. 벽을 4개 세우면 사방이 막힌 공간이 ‘발생’한다. 그래서 건축에서 벽과 지붕, 기둥 같은 건축재료를 만드는 ‘기술’과 공간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관념’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발생한다. 책에서는 서양과 동양의 태초부터 달랐던 지리적 위치, 기후적 차이로 인한 문화적 차이로 동서양, 두 공간이 전혀 상반된 모습으로 발전한 발자취를 따라가며 설명해준다. 

“연강수량 1천 밀리미터’다. 연강수량이 1천 밀리미터 이상이면 벼농사, 1천 밀리미터 이하면 밀 농사를 짓는다. 그런데 이 두 품종은 농사법이 다르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하는 벼농사는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기 위해 물을 다스리는 치수 사업이 필요했다. 벼농사에는 저수지와 보를 만들거나 물길을 만드는 토목 공사가 필요한 것이다. 반면 밀 농사를 할 때에는 개인이 씨를 뿌리며 다니면 되고 치수를 위한 대형 토목 공사도 필요 없다. 노동 방식 면에서 벼농사는 여러 명이 힘을 합쳐서 하는 방식이고, 밀 농사는 개인적으로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벼농사 지역의 사람들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밀 농사 지역은 개인주의가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문화적 특징의 차이는 알파벳과 한자 같은 문자나, 체스와 장기...”

건축학도가 아니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을 다양한 건축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곁들인다. 석굴암과 판테온, 하기아소피아 성당 뿐만 아니라 모던 건축에 대해서도 책에 흐름에 맞게 설명을 덧붙여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 석굴암’은 우리나라 전통 건축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하학적인 건축물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양의 종교 건축물은 기하학적인 형태로 만들어진다... 문화가 전파되면 건축에 반영된다. ‘석굴암’은 서양 건축 문화가 통일 신라 시대에 영향을 미친 결과물이라고 생각..”

유튜브에서 유현준 교수를 보고 그가 이야기하는 건축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면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술술 넘어가면서 읽을 수 있는 책.유현준 교수가 대학교에서 교양 강의를 했으면 이 책에 담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책. <공간이 만든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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