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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페스트, 카뮈


코로나로 사회와 개인이 격리된 2020년과 2021년. 우리는 이전까지 살아왔던 방식과 전혀 다른 기준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당연하던 출근길도 멈추고,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 여행도 어려워졌다. 친구들과 카페에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노점상에서 음식을 사 먹거나, 가족들과 저녁 외식을 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했던 일도 그립다. 사람과의 대면도 어려워졌다. 집에서 원격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음식은 배달시켜먹고, 소통은 클럽하우스 앱과 SNS를 통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불필요한 외출과 대면 접촉이 사라진 이 순간, 결국 우리가 다시 찾는 것은 원시부터 내려온 인간 본성, 타인과의 접촉, 사교와 유대감이다. 사람과의 대화를 그리워하고, 친구들과의 만남을 고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고립과 전염에 대한 두려움, 격리로 인한 자유 박탈은 인간으로 하여금 부자연스러운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끝내 인간이 가진 본성과 마주하게 된다. 코로나19 초반, 격리조치를 위반하고 병원과 격리장소에서 탈출한 이들이 가장 먼저 무너진 이들이다.
카뮈는 평화롭고 평범했던 한 동네, 알제리 오랑 시를 장악했던 ‘페스트’를 통해서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소설은 페스트, 아니 페스트를 겪고 있는 인간에 대한 기록을 읽으며 당시를 회상한다. 오랑시의 사람들에 대해 상세히 적어놓은 기록들을 통해 그 순간순간의 이야기들과 오랑 시에서 벌어진 참극이 시작되기 직전부터 끝을 앞둔 순간까지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2년 전에 이 소설을 읽었더라면 우리는 100여년 전 페스트 전염병으로 고립된 오랑 시를 상상하며 읽었겠지만, 2021년 현재의 우리는 오랑 시민들의 그 감정마저도 조금 더 가깝게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코로나가 페스트만큼 죽음에 가까운 병은 아니더라도 전염병은 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까지도 마음 속으로는 병에 걸려있기는 마찬가지다. 오랑 시의 의사 리외와 서기 타루, 그랑, 랑베르, 코타르까지 등장인물들 각자의 직업은 의사, 서기, 소설가, 기자, 장사꾼까지 모두 다르지만 도시가 폐쇄된 순간부터 새로운 막이 시작한 것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리외와 타루의 우정. 자신의 사랑을 쫓아 도시 탈출만 꿈꾸다가 결국은 투쟁에 합류한 외지인 랑베르, 물자가 부족한 틈을 타 한 몫을 챙기는 코타르까지 페스트가 만들어낸 재난 속에서 각 인물들은 자신의 본성을 마주하게 된다. 
'거의 누구에게도 병독을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이란 될 수 있는 대로 마음의 긴장을 풀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런데 결코 긴장을 풀지 않기 위해선 그만한 의지와 긴장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그랑이 페스트가 끝나가는 순간에 수 없이 고쳐쓰던 소설 첫 부분에 대해서 리외에게 이야기한다. “전부 없앴죠. 형용사들은요.” 우리는 거대한 자연이 만들어낸 전염병 앞에서 내가 무슨 직업을 가진, 얼마나 부유하고 중요한지 같은 형용사는 쓸모 없어졌다. 오직 ‘사람’이라는 명사로서의 ‘나’만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사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할까’에 더 고민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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