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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책을 많이 읽거나, 혹은 정독으로 완파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책을 두 번 읽는 경우는 잘 없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강제로? 두 번 읽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처음 읽은지도 12년이 다 되가고, 따라서 그의 무수히 많은 다작 중 어떤 작품을 읽었고, 어떤 작품은 읽지 않았는지 분류하기도 쉽지가 않았다. 리디셀렉트를 이용하는 도중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이라는 제목을 듣고서도 이게 읽었던 책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개정판이 나오면서 책 표지도 달라져서 더 알아보기 어렵긴 했다.) 제목부터 왠지 끌려서 읽기 시작했다. 첫 편의 소설을 10% 정도 읽다보니 읽었던 소설임을 알 수 있었다. 다만 20대 초반에서 읽었던 '범인 없는 살인의 밤'과 20대의 끝자락에서 읽었던 소설은 분명 같은 제목, 같은 내용, 같은 범인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다르게 느껴졌다.


단편 추리 소설? 여러 개가 묶여 있는 이 책에서 다루는 살인 사건은 사연없는 살인이 없고, 범인 모두 제각기 다른 이류로 살인을 저지른다. 단편이라면 보통 단편 모음집의 제목으로 선정된 '단편' 이야기에 모든 힘이 실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단편집은 읽다보면 그런 편중 없이 모든 이야기에 고르게 균형잡혀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총 7개의 사건, 7명의 가해자의 이야기다. 다른 추리소설과 가장 큰 차이는 범인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이다. 범인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썼거나, 소설 속 화자 범인의 가장 가까운 인물이니 경우가 많다. 그만큼 범인에 대한 묘사와 범인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에 집중했다. 소설을 읽다보면 처음부터 범인을 밝히고 있거나 쉽게 범인을 추리할 수 있다. 작가는 범인을 찾아 추리해나가는 기존의 추리소설 방식을 탈피하여 새로운 차원의 추리소설을 써나간다. 제목조차도 '범인'이 없다고 말한다. 실제 살인자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사연없는 '범인'이 없다는 걸 말하는 것 같다. 소설을 재밌게 읽었다면 드라마도 보는 것을 추천한다.일본에서도 굉장한 인기를 얻어서인지 티비에서 단막극 형식으로 드라마로 방영한 적도 있다. 소설을 다 읽은 뒤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첫 번째 소설<작은 고의에 관한 이야기>는 학교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청춘의 아릿한 연애 감정 뒤에 어떤 감정이 실제로 감춰져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다.

<춤추는 아이>는 피해자도 사실상의 가해자도 서로를 모르는 상황에서 벌어진 참극이다. 서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서로의 존재도 모르지만 피해지가 발생한 사건이다.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소설집의 제목이 된 단편이다. 그런 만큼 한 집안에서 발생한 독특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분량도 다른 단편에 비해 긴 편이고, 독자들을 놀래킬 다양한 반전도 담고있다.


몇 단편들은 읽다보면 범인의 입장에 몰입을 해서 경찰에게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설을 보게 만든다.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소설 속 시선을 독자가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온전히 작가의 역량 덕분인 것 같다. 


요즘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많은 소설을 쏟아낸다. 최근 소설들도 읽으면 술술 읽히고, 재미도 보장된다. 하지만 초기의 신선한 실험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그의 초기작들에서 더 빈번하게 마주할 수 있다. 최근에도 베스트셀러로 자주 올라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고 그의 소설에 관심이 생겼다면 초기작들을 거꾸로 읽어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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