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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 넛지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대부분 친구들과 사회적 인식과 정치 성향이 거의 유사했다. 나와 친구들이 비슷한 지역에 살면서,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고, 비슷한 성향을 가져서 서로 뭉치게 되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당연히 정치란 국민들을 우러러보고, 국민의 뜻을 해야려, 그것을 제도화하는데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기에 당연히 모든 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며, 그 기회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아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복지'라는 이름으로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출발선을 제공해야한다는 의견에 한 점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 기본적인 생각의 골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모여 그러한 제도를 반대하는 세력을 비판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지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대학에 올라왔을 때 받았던 충격은 적지 않았다. 특히 각 지역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을 만나면서 세상에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사람들 수보다 더 많은 생각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도 결국 대학이라는 작은 울타리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 뿐임을 발견했을 때 더 이상 이전과 같이 뚜렷하고 강하게 내뱉던 주장에 힘을 싣을 수 없었고, 사고방식도 많이 물러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일 중에 하나는 갓 스무 살을 넘긴 이들이 자칭 보수라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이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먼저 당시 한나라당은, 그 이후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에도 마찬가지로 해당하는 말이지만 일반적인 보수라고 보기에는 그 말투나 행동, 그들의 주장이 미국의 '공화당' 내에서도 극우파에 가깝다고 생각했기에. 도대체 무엇 때문에 20살의 파릇파릇한 사람이 케케묵은 한나라당의 프로파간다에 동의하는 지 당시의 패기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부유한 사람들'을 위하고 '어려운 이들'을 져버리는 정책에 어떻게 동의할 수 있는지 감성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들이 부유한 가족이 있고 그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당연히 그러한 사고방식 밖에 가질 수 없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또다시 충격적이게도 그렇게 유복한 집에서 자라지 않았더라도 20대가 보수정당 지지하는 경우가 더럿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무엇이 그들을 자칭 젊은 보수로 만들었을까?  태어나면서 물려받은 피와 자라온 여러 환경이 결합되어나온 산물일까?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깊게가져가기도 전에 곧 더 많은 다른 이슈들과 논점, 논쟁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이러한 '젊은 보수'의 뿌리에 대해서 더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원인이 심리학과 행동학의 교묘한 사이에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더 이상 나의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는 이러한 질문에 나름 잘 짜여진 답변을 주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책 제목과 책 제목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 알게되었고 그 점이 신기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이 책은 내가 정확히 궁금해했던 심리학과 행동학 사이의 어느 지점을 분명히 잘 보여주는 책이다. 왜 사람들이 정치적 갈림길에서 둘로 갈라지는 지에 대해 그 두 부류의 특성을 먼저 파악하고 그 특성이 나오게 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거슬러 올라간다. 


어떤 사람에게 코끼리 그림을 주고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고 말을 하면 피실험자는 그런 지시에도 불구하고 코끼리는 전보다 더 강력하게 떠올리게 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 책의 제목도 그 테스트에서 따온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여 미국 내 공화당이 선거 전쟁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프로파간다를 퍼뜨리고 있는지 분석하고, 민주당은 앞으로 어떤 선거 전략을 써야할지에 대해서 조언을 해준다. 실제로 오바마 선거캠프에서 전략을 짜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이 책을 읽고 난 뒤, 미국 정치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판을 보더라도 좀 더 넓은 식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상황을 유연하게 빠져나오는 정치인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같은 잘못을 저질러도 어떤 정치인은 아무런 데미지를 입지 않고 위기를 벗어나기도 하고 어떤 정치인은 정치인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대중을 흔들고 여론을 조종하는 정치적 언어에 대해 분석하고 왜 그런 정치 처세술은 공화당에서 주로 사용하는지 이야기 한다.


반면 ‘넛지'는 포커스를 인간 행동 심리를 선거 전략보다는 어떤 식으로 사회 시스템을 개선해야할지 고민한 책이다. ‘넛지’는 옆사람에게 어떻게 행동할지 직접 말하지 않고 팔꿈치로 옆구리를 쿡 찍어 어떤 행동을 하도록 유발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책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넛지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음을, 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시스템을 만들어야함을 설파한다. 작가는 이런 넛지를 이용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사람들의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 전체를 유익한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과 자신의 연구내용을 소개한다. 예를 들면 급식에서 어떻게 음식을 배치하는지에 따라 급식을 먹는 사람들의 균형잡힌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을지 컨트롤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고른 영양소를 섭취하게 만드는 문제부터, 연금, 환경보호 문제까지도 모두 `넛지`를 통해서 최대한 올바른 방향으로 대중을 이끌 수 있는 시스템을 소개한다. 물론 그 중에는 오늘날 이미 실패한 프로젝트들도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관심이 많고, 현재의 사회를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치인 하고자 한다면, 혹은 이미 정치 쪽에 몸담고 있다면 반드시 읽어봐야하는 책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넛지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디폴트 전략`은 아무래도 행정권 혹은 법안 제정권을 가진 이들이 만들 수 있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두 책을 묶어서 소개하는 이유는 같은 '방법'을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는지에 따라 이 두 책이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주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것을 보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그 시각들이 흥미로웠다. ‘방법’의 근원은 바로 ‘인간’의 본질, 본성을 알아가는 것에 있다. 수 천년을 지구에서 살아오면서 진화를 거듭해온 DNA에 각인된 특성을 파악한다는 것은 자신 스스로를 알아간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학문으로 따지자면 심리학과 요즘 뜨고 있는 뇌과학, 인류학의 어느 중간에 위치한 이야기다. 


현대 사회에 들어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이 주어졌다. 계급은 사라졌고, 학교와 직장이라는 곳에서 우리는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우리는 자유롭게 우리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들, 무심코 내뱉는 말들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두 책 모두 어떻게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타인으로부터 받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타인의 행동이나 말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지도 되돌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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