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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제14회 세계문학상 대상 '스페이스 보이'


나는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책 고르는 행위 자체를 좋아한다. 

대학교 휴학하고 방향을 잃고 알바를 전전할 시절에는 일주일 한 번은 꼭 서울 시청 도서관에 들러 다음에 무슨 책을 읽을 지 고르는데 시간을 보내곤 했다. 회사원이 된 지금에 와서 되돌아 보면 도서관에서 책 고르는데만 두 시간 가까이 보낼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삶에 여유가 있었다는 이야기고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도서관에 가면 서재 앞에 서서 한국, 일본, 미국, 외국 문학을 먼저 고르고 읽고 싶은 도서 분야 책꽂이로 가서 끌리는 책 제목을 보고 책을 뽑아 자세히 살핀다. 읽고 싶게 생긴 커버를 가진 책을 고르고 앞에 작가 서문 및 추천사를 읽으면서 한 주 동안 읽을 책을 고르는 그 과정 자체를 즐겼다. 마치 여행을 떠나기 전,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어디를 가볼 지 계획하는 여행의 그 설렘처럼.


안타깝게도 지금은 도서관은 커녕 서점에 갈 시간도 넉넉치 않아 오늘 소개할 소설 책 ‘스페이스 보이’도 인터넷 서점에서 추천 한국 소설 중 가장 끌리는 제목을 가진 책을 골랐다.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도서관에서 책 고르듯, 신중하게 고르기 위해서 댓글평을 읽어보기도 하고 깔끔하고 이쁜 디자인의 북커버까지 살펴보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책을 펼쳐보자마자 이야기는 정말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항상 예상대로 흘러가는 무료함 속에서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전달해준다. 우주비행사에 선정된 김신. 우주에 나갔지만 그가 머무르는 곳은 암흑으로 가득찬 우주가 아니라 외계인이 만들어낸 가상의 다른 공간이다. 그곳에서 김신은 칼 라거펠트와 똑같이 생긴 외계인이 등장하고, 독특한 사건들을 겪게 된다. 그리고 라거펠트가 던진 제안 하나. 이 외계공간에서 보낸 기억을 지우는 대가로 지구에 돌아가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김신은 그곳에서 겪었던 일들을 포기할 수 있을꺼? 또, 무슨 소원을 들어달라고 했을까?


꿈 속 같이 몽환적인 우주에서 귀환한 김신은 한국의 미디어에 의해 아이돌이자 방송계에 떠오르는 스타가 된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었지만 그가 원해서 얻은 삶이 아닌 그저 흘러가는대로 살았을 뿐이었다. 그가 우주에서도, 귀환 후 얻은 부와 명예를 가진 삶 속에서도 공허함을 느끼는 것은 그를 우주로 갈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그녀' 때문이다. 


처음에는 가볍고 독특한 문체에 ‘어?! 이게 무슨 소설이지?’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 덕분에 쉽게 질리지 않고 책을 꾸준히 집어들게 만들었다. 물론 흥미로운 스토리도 한 몫했지만. 우주와 관련된 이야기 중 이처럼 우주와 관련 없으면서도 우주를 소재로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소설이 있을까? 책을 덮고 나면 김신이 실제 우주에 나가긴 한 걸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아무래도 상관 없다. 우주는 우리에게 경계 넘어의 세상이다. 우리 내부에도 경계가 하나 있다. 그 내부의 경계 안으로 더 들어가보면 깊은 기저에서 우리도 꼭꼭 감추고 싶었던 정신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이 두 개의 경계 밖 세상을 신선한 관점에서 섞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곳이나 미지의 세계인 점은 다를게 없으니. 


300페이지의 짧은 소설인데다가 흡입력 있는 스토리 때문에 금방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 라인과 술술 읽히는 문체 덕분에 여름 휴가지에 가볍게 들고 가서 현실의 고민거리를 잠깐 떨쳐놓고 잠시 빠져볼 책으로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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