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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당신 인생의 이야기



얼마 전 극장에서 본 영화 <컨택트>는 기존에 다뤘던 우주/외계인 SF영화와 전혀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무한한 세계에 대한 탐험을 다루지도, 외계인과의 갈등 혹은 외계인과의 우애를 다루지도 않는다. 이 영화는 과학기술이 점유하고 있던 SF 영화라는 영역에 인문학을 잘 녹였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화가 소설을 베이스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소설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게 되면 알겠지만. 사실 이 책은 SF 단편집이고, 영화 <컨택트>의 원작인 소설은 '네 인생의 이야기'라는 짧은 단편 소설에 불과하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면 '네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만큼 임팩트가 있지 않다. 물론 영화를 먼저 본 탓도 있지만 영화가 주는 웅장한 영상미와 적절한 음향 효과가 없었고, 드니 빌뇌브가 선사하는 반전의 묘미나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이야기의 흐름이 제대로 살지 않았다. 소설이 좀 더 불친절하다고 해야할까? 영화의 시작과 끝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느껴지는 쾌감이나, 갈등의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의 스토리 자체가 소설에는 없는 설정이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단편집을 쭉 읽다보면 오히려 '네 인생의 이야기'보다는 바빌론의 탑 꼭대기에 있는 하늘 천장을 깨러가는 광부의 이야기를 다룬 "바빌론의 탑". 메타인간이라는 독특한 이야기를 다룬 "이해", 문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일흔두 글자". 신과 종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하는 "지옥은 신의 부재", 미(美)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지않게 만드는 장치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까지 단 한 편도 가볍게 볼 수 없는 SF 단편집이 실려있다. 최첨단 과학기술이나 막연한 미래 기술에 대한 상상력에 근거를 둔 SF소설과 달리 현재의 과학 기술에 대한 탄탄한 지식과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결합 신선한 작가의 상상력이 소설 전반에 깔려있었다. 이러한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만남은 단순히 SF 소설을 신기함에 그치는 이야기가 아닌, 현재를 돌아보고 더 나아가 삶의 철학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었다. 많은 독자들이 영화를 보고 끌리듯 소설을 집어들었을 때, 읽기 어렵다는 평도 많지만, 과학과 인문학이, 인간의 경험과 사고에서 탄생한 기술이 인간의 삶과 끈끈하게 엮여있는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본적 있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조금 더 세련되고 기술에 기반을 둔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같은 느낌. 테드 창의 다른 단편들도 빠른 시일 내에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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