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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

[Movie] 암살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이라는 걸출한 영화를 만들어낸 최동훈 감독이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 암살로 돌아왔다.
도둑들이 2012년에 개봉했으니 그로부터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애칭답게 또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고 왔다.


개봉한지 10일 만에 650만 흥행을 달리고 있는 영화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나라의 이름을 잃어버린 조선, 일제강점기 아래에서 잃어버린 나라를 찾고자 했던
염석진. 김구 선생의 명령에 따라 카와구치와 강인국을 암살할 3명의 독립운동가를 조선으로 보내는
이야기이다. 자세히 말하면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영화에서 확인하길!

평론가들의 말처럼 이전까지 부족하던 부분은 채워졌으나 최동훈 감독의 장점이 줄어들어 보였다는 이야기가
큰 공감을 얻고 있으나 감독이름을 보지 않고 영화를 봤어도 최동훈의 냄새가 나는 영화였던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깔끔하고 갑작스러운 액션, 적절한 유쾌함, 계속 듣고 싶어지는 재미있는 이야기.
전부 최동훈 다운 영화기법이었다. 특이한 점은 전작 도둑들에 출연한 배우가 거의 그대로 나온다는 점이다.
이정재와 전지현, 김해숙, 오달수까지 맡은 역할도 도둑들의 역할 포지션과 비슷해
오버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멤버에 다작 이경영, 하정우, 조진웅이 굵직한 연기를 보여주어 캐릭터의 깊이를 더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캐릭터의 영화였기에 정말 딱 맞는 캐스팅이었다.

도둑들과 신세계의 성공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해내는 배우 이정재가 맡은 염석진은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줘야하는 만큼 그에게 딱 들어맞는 역할이었다.
카페에서 느끼한 멘트를 날려도 살짝 웃음짓게 만드는 오달수와의 콤비에서도 하정우가 연기한
상하이 피스톨도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하나의 연기밖에 못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나름 그 한 우물에서 다양한 물을 끌어올리고 있는
전지현의 쌍둥이 연기는 불안하기도 했지만 영화 내내 웃는 모습이 거의 없는 안옥윤이라
차라리 편하게 연기했을테고 보는 우리도 편하다. 그나저나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않는 미모에는 좀 놀랐다.

볼만한 영화인가? 물론이다. 영화표값 만원과 당신의 두시간을 가져가기에 충분히 재미있고 흥미있는 이야기이다.
어렸을적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듣는 재미난 이야기 같다고할까나. 타짜도, 도둑들도 그러했듯 뒤가 궁금해지는 영화들의
공통점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멋드러진 무대배경과 개성넘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들 덕분이다.

아쉬운 건 모두들 지적하는 살짝 엉성해진 이야기 구성이다. 참 맛깔나는 메밀소바를 먹는데 와사비가 생와사비가 아닌정도?
평론가들의 박한 점수를 주지만 극장을 나설때면 모두들 재밌었다고 말하면서 나올 수 있는 영화.

염석진이 재판장을 나오면서 아직도 일제의 잔재, 권력을 청산하지 못한 정의롭지 못한 사회의 모습과
해결된 과제도 없이 남북의 이념갈등이라는 새로운 과제만 받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직도 우리에게 그때와 큰 변화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반역자는 아직도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득세하고 있고
정의를 외치던 사람들은 뒷 골목에서 스러져갔다. 아직도 광복을 외치던 사람들의 임무는 끝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자주국방을 실천하지 못하고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100년전 역사에 대해 가해국의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역사를 지우고 있지만 주변국들에 대한 눈치와 국력의 부족으로 사과를 요구하지도 못한다.

그 모든 것이 끝난 넓직한 광야가 나오는 마지막 장면은 뭔가 인상적이었다. 
아직도 천고의 뒤에 백마 탄 초인은 오지 않았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날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광야> - 이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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