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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나의 따뜻하고 간지러운 이름

제주도 여행 중 들렀던 독립서점에서 집어든 책에는 ‘엄마라는 이름에 이르는 시간들’이라는 부제가 써져있었다. 에어비엔비 별 5개의 슈퍼호스트이자 글을 쓰는 작가에게 ‘엄마’라는 이름은 새로운 시작이다. ‘나의 따뜻하고 간지러운 이름’은 그 시작에 대한 기록이다. 내 미래의 육아 때문에 책을 고른 것은 아니다. 책 표지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육아라는 태그는 달 수 있어도 절대 육아 카테고리에 들어갈 책은 아니니깐. 엄마가 될 수 없는 예비 아빠이기 때문에 이 책을 골랐다. 때로는 임신 육아 대백과사전처럼 보편적인 정보를 읽는 것보다는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으니깐. 육아의 방법은 이곳저곳에 ‘정보’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지만, 정말 듣기 어려운 것은 임신과 육아에 대한 솔직한 감상이다. 임신 육아을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임신 육아를 처음 접하는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이 책을 들었다.

우리 삶의 대부분 중요한 사건들은 내가 제대로 마음과 상황을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온다. 대학교를 가는 것, 군대를 가는 것, 취업을 한다는 것, 결혼을 한다는 것.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 모두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타인의 피상적인 한줄평만 듣기 때문에 우리는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사건을 맞이한다. 당황하고 어설프지만 그럭저럭 어찌 해나가는 것이다. 이제까지 살아온 삶도 그랬고 앞으로 살아갈 나날들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들이 있다. 나에게는 찾아오지 않는 것. 하지만 내 짝꿍에게는 찾아올 수 밖에 없는 것. 바로 임신과 출산이다.

때로는 아무 바람도 불지 않아 도무지 나아갈 수 없기도 하고. 나침반이 고장난 것처럼 갈피를 못 잡고 떠내려가기도 했다. 지난 시간 동안 둥실둥실 어떻게든 흘러왔다. 그렇게 처음 만난 10년 만에 새로운 선원이 승선할 차례다. 꼬마 선원. 우리의 쫆병. 그럼 우리는 삼 인의 해적단이 되겠지. 머리 두건을 쓰고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입은 아기의 모습을 상상했다. 웃음이 난다. 이제 진짜 한 배를 탄 셈이다. 10년간의 모험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 앞으로 또 10년의 모험을 잘 해나가자. 새롭게 느끼는 연대감. 싹트는 동지애. 지금껏 달에게 들은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었다.

아마 우리도 좌충우돌,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으면서 출산과 육아를 준비해나갈 것이다. 우리 누구도 부모를 해본적이 없기에 항상 어설프고, 낯설고,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모든 그런 일처럼 그럭저럭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다른 건 몰라도 우리는 한 배에 타고 있는 한 가족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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