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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카카오, 잠시 멈춤

2022/10/15 오후 3시 반, 오랜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가 처가댁에 가는 길이었다. T맵 어플을 사용한 덕분에 아무 문제없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카카오톡으로 신혼여행 잘 다녀오라는 인사는 도저히 보낼 수가 없었다.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한 두 번, 이런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카카오톡 통신장애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1시간이 지나도 카카오톡은 정상화되지 않았고 카뱅을 비롯한 카카오 모든 서비스가 동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카카오맵, 카카오T, 카뱅, 카카오페이, 다음 포털, 한메일, 티스토리, 브런치까지. 주말간 2010년 초반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과 사진과 영상을 주고 받을 때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고민이었다. 어떤 이들은 카카오톡이 복구되기만을 기다리고, 어떤 이들은 대체제를 찾아 떠났다. 문제는 카톡 뿐만이 아니다. 브런치와 티스토리, 내가 사용하는 블로그 시스템 2개가 먹통이라는 건 매우 불편한 일이다. 내가 내 블로그에 못들어가는 것도 답답한 일이지만 구글에서 한글 검색 결과의 대부분이 티스토리 블로그이기 때문에 티스토리 접속 불가는 구글 한글 검색을 못쓰게 되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요일 자정이 넘어도 복구가 될 조짐이 안 보이자, 언론과 여론은 급속도로 나빠졌다. 데이터 서버 이원화 등, 사실상 사회 인프라가 되버린 독점 플랫폼 기업의 의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하게될지, 혹은 플랫폼 헤게모니가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전 ‘버디버디’, ‘네이트온’보다 카카오톡은 우리 일상 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어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송금, 결제, 기프티콘 등. 메신저 플랫폼을 이용해 일상 생활 모든 곳에 자회사를 두고 생태계를 만들었다. 카카오 플랫폼은 카톡 사용자들을 제대로 락인(lock-in)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용자인 우리는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데이터 서버 이원화를 하듯, 블로그도, 은행도, 기프티콘도 이원화 준비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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