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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SNS가 우리 삶에 가져온 것들

SNS가 우리 삶에 가져온 것들.

사골을 너무 우려서 삭아버린 뼈 같은 싸이월드가 다시 한 번 돌아온다. 일반적으로 이미 단종된 제품이 다시 나오는 경우는 기존에 사용하던 열렬한 사용자들의 요구 때문일 것이다. 싸이월드는 찾는 사람이 없어도 몇 번이고 다시 나온다고 하니 추억팔이로 과연 수익을 낼 수 있을까? 타겟 고객은 분명 신규 고객은 아닐테고, 과거 싸이월드를 이용했던 80-90년대생이겠지.

돌이켜보면 SNS와 싸이월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싸이월드는 아는 사람들 위주의 소통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싸이월드도 '일촌 파도타기'라는 기능을 이용해서 나와 친구가 아닌 사람들의 미니홈피 공간을 엿볼 수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기에는 흥미도 생기지 않고 불편한 인터페이스다. 최근 트렌드인 SNS는 내가 가입 후 아무도 팔로우 하지 않아도 알고리즘과 실시간 트렌드가 나에게 떠먹여주는 영상과 사람들이 있다. 싸이월드는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런 정보도 나에게 주지 않는다. 내가 친한 사람의 소식을 받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미니홈피에 들어가야만 한다. 반면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내가 가만히 앉아있어도 수 많은 컨텐츠를 쏟아낸다. 컨텐츠들은 사용자에 눈에 한 번이라도 들기 위해 더욱 더 자극적인 내용을 담는다. SNS는 사용자 입장에게 수동적인 자세를 자연스레 알려준다. 가만히 있어도 재미와 뉴스, 다양한 컨텐츠들이 우리의 시신경과 두뇌를 자극한다. 그래서 우리는 휴대폰으로 SNS를 쳐다보다가 수 많은 시간이 사라지는 듯한 체험을 한다. 무료한 일상은 SNS가 주는 자극에 비하여 뇌 속 흥미 역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지겹고 느린 시간들일 뿐이다. 정확한 보상-피드백 방식에 따라 우리는 간식시간을 찾는 애완동물처럼 휴대폰을 눈 앞에 갖다댐으로서 뇌에 간식을 준다. 향후 SNS에 제한이 생기지 않는 이상 SNS는 갈수록 우리의 시간을 더 많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삶을 살아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대적 박탈감’

SNS로 남의 생활을 엿보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SNS가 없었으면 몰랐을 사실까지 알게됐다. 남들이 무엇을 먹고사는지, 어디를 다니는지, 어떤 곳에

서 사는지를 시청각적으로 보게되면서 느끼는 감정은 대부분 부러움. 시기와 질투 같은 부정적인 감정 위주일 것이다. 이런 자극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성취해내려는 사람도 분명 어딘가에 있겠지만 절대 다수는 부정적인 감정이 우선이지 않을까? 계층구조의 사회가 유지되는 가장 큰 기둥은 계층 간의 암묵적인 묵인이었다.

SNS가 급격히 퍼지면서 전체 부의 60% 차지한 전체 인구의 1% 사람들이 어떻게 일상생활을 살아가는지, 어떻게 놀고 음식을 먹으며 생활하는지 알게 되면서 저소득층, 저개발 국가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단순히 부의 문제도 아니다. 유명세나 권력, 외모 등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것, 혹은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얻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다. SNS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무서운 이유는 단발적인 자극이나 고통이 아니라는 점이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새로운 피드마다 자신과 비교가 된다.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는 것이다. 

동시에 이런 상대적 박탈감과 현재 자신의 괴리를 채워넣기 위해 일종의 가면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사진을 새로 만드는 수준으로 '보정'하는 일은 애교에 가깝다. SNS에 자랑하기 위해서 분수에 맞지 않는 지출을 하거나 장소를 가는 일이 많아졌다. '허세'와 '사치'라는 가면을 쓰는 것이다. 심지어 허세와 사치를 하는 그 순간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다. 그 잠깐의 순간조차도 시간이 멈춰있는 사진에 인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눈치를 본다.

 


정리되지 않는 인간관계

SNS가 없던 세상에서는 연락을 하거나,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에만 그 사람의 소식과 안부를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내가 누군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내가 그 특정인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거나 적어도 그 특정인물이 나에게 관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SNS는 나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가 관심을 갖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추천하거나 피드를 통해 소식을 듣게 된다. 불필요한 정보를 너무나 직접적인 방식으로 취득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해외로 이민을 간 친구, 군대에서 만난 안 친한 선임, 잠깐 대외활동에서 만났던 사람들. 헤어진 연인 등 의식적으로 SNS 팔로우를 끊지 않는 이상 가만히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어도 나와는 이제 관련없어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은밀하게 들려온다.

결국 사적으로 일대일 연락은 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SNS 피드는 보고 있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있는 애매한 사이가 된다. 중간에 연결된 사람들의 SNS 댓글 창에서 만나는 꽤나 멋쩍은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인간 관계가 정리되지 않는 것이다.

디지털, 웹의 혁명은 정보의 바다 속으로 인간을 끌고 왔다. 이런 정보의 홍수가 인류를 더 밝은 미래로 이끄는 것은 당연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보'의 정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항상 유용하기만 생각했던 정보는 쓸모없는 데이터로, 항상 옳을 것이라고 여겼던 정보는 가짜 정보와 왜곡된 정보로 돌아오고 있다. 꼭 알아야할 것은 잘못알거나 모르고,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을 아는 세상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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