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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우리가 자동화, AI 노동자 대체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

https://www.vision-systems.com/non-factory/article/14283989/vision-system-at-walmart-canada-tracks-inventory-on-store-shelves

Vision System at Walmart Canada Tracks Inventory on Store Shelves

Walmart Canada is rolling out an automated vision system to keep store shelves stocked with merchandise. (월마트 캐나다에서 자동화 광학계를 이용해 상점 선반의 재고 상태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일하고 있는 분야가 컴퓨터 비전이다보니, 공장 자동화와 자동 검사 시스템에 대해 많은 정보와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볼 기회가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화제는 역시나 머신러닝과 공장 자동화.

이미지, 사진, 비전 쪽이 아무래도 상업적인 시장성이 있다보니 AI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기술은 돈이 나오는 곳으로 뻗어나가기 마련이다.) 단순히 임계치를 설정해 처리하는 룰 베이스 이미지 처리, 인식, 검사를 빠르게 AI가 대체하고 있다. 혹은 완전한 대체까지는 아니더라도 양립 또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카메라나 임베디드 보드 등에 학습시킨 모델을 올려 카메라 자체만으로도 딥러닝을 활용할 수 있는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머신러닝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모델을 학습시키고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자리잡고 있는 중이다.

공장 자동화는 공장 내 반복 업무를 사람이 아닌 기계가 보다 더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자동화를 의미한다. 완전한 공장 자동화를 위해서는 사람 역할을 할 로봇을 만들어야한다. 실제로도 점점 더 기계들이 사람을 닮아가는 모습이다. 기존에는 시각 역할만 하던 카메라에 AI 기능이 들어가면서 카메라가 시각 + 판단 능력까지 갖추게 된 것이다. 실제로 공장 자동화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로봇암 장비는 시각 + 판단 능력 + 팔 까지 달려있다고 보면된다.

생산 분야

가장 고부가가치를 주는 산업인 반도체 분야에서는 사람이 눈으로 검사하는 ‘목시’검사는 대부분 사라졌다. 검사 시간과 검사 정확도가 바로 돈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 이외에도 디스플레이, PCB, 2차전지 등 소재 제조 시장에서 제조/검사 자동화율은 매우 높은 편이다. 사람은 장비 관리 및 운용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작은 규모의 산업일수록, 아직 사람이 관여하는 부분이 많다. 기계를 도입할 수 있는 규칙 수립과 기계 구매, 도입 전 실제 적용이 가능한지 테스트, 관리하는 비용과 시간을 쓸 바에는 사람을 갈아넣는 방식이 쉽고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에 따라 규모가 클수록 오히려 자동화가 쉬워진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비싸고 정확한 산업에는 사람없이 자동화 시설로 운용이 되고 있지만, 오히려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1,2차 산업(낙농업을 비롯한)은 아직도 사람이 대부분의 노동을 담당하고 있다.

해외의 이야기는 다르다. 미국에서는 낙농업도 대규모, 대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동화를 할만한 규모의 경제가 성립한다. 경비행기로 농업을 하는 곳에서 농업 자동화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내 농업 분야에서도 최근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농업 자동화 관련 스타트업이 나타나고 있다.

유통 분야

생산 다음으로 사람이 많이 투입되는 유통 분야. 유통의 전진 기지인 물류센터는 들락날락 거리는 물류차와 엄청난 양의 물류, 그리고 그걸 옮기는 사람과 컨베이어벨트가 있다. 가장 힘든 알바가 택배 상하차라는 이야기가 있을정도로 고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보니, 자동화의 유혹이 크다. 하지만 여기도 앞선 생산 분야와 마찬가지로 규모의 경제가 공고하게 세워져있다. 현재는 컨베이어벨트에 카메라를 달아 부피 측정과 바코드 리딩 정도만 사용하고 있지만, AGV 및 로봇 장비와 연동하여 사람없는 물류 공장을 꿈꾸고 있다.

제조 부품 수급부터 고객 집 앞 배달까지 유통이 꿈꾸는 가장 효율적인 최단 동선이야말로 알고리즘과 AI에 가장 적합한 분야다. 그 최단 동선을 실행으로 옮겨줄 하드웨어는 바로 사람없는 물류 자동화다.

B2C 서비스 분야

최근 빕스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빈 그릇을 담아서 옮겨주는 트레이 이동 로봇은 이미 여타 다른 음식점에서 많이 봐서 익숙해졌지만, 우동과 쌀국수를 삶아주는 로봇은 빕스에서 처음 만났다(로봇 커피, 로봇 생과일 음료와 거의 유사한 구조). 재료를 흘리는 정확도와 느릿느릿한 동작에서 인류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서늘한 느낌을 받지는 못했지만 기계가 더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은 위치에도 사람 대신 기계를 도입하고 테스트하고 있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다. 이외에도 몇 년전부터 전시회장, 대형 쇼핑몰 등에서 로봇이 커피를 내려주는 이른바 로봇커피, 로봇이 생과일을 직접 착즙해주는 로봇주스 등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큰 성과는 없어 보인다. 인건비 대신 유지보수비라는 큰 장애물이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복잡하지 않은 서빙 및 빈그릇 회수는 로봇(AGV)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10년 전 안산의 PCB 업체에서 인턴으로 잠깐 일했었다. 그 곳에서는 모든 검사를 사람 눈으로 했다. 목시 검사를 하는 여직공 옆에서 인턴인 나도 같이 테이프를 PCB 판에 붙여가며 검사를 했다. 주어진 불량 검사를 제때 끝내지 못해 퇴근을 못했던 적도 있었다. 목시 검사를 처음하는 나에겐 어떤게 정확히 불량인지, 불량이 아닌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최근 그 회사가 굉장한 규모로 투자를 하면서 수 많은 자동화 검사 장비가 그 PCB 회사로 들어갔다. 그 때 같이 손으로, 눈으로 불량 검사를 하던 여직공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고 있을까? 아니면 공장 자동화로 인해 다른 업무를 하고 있을까? 생산제조의 최전방에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공장자동화, 기계와 AI의 노동자 대체는 아직 멀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공장 자동화, 인더스트리 4.0, 스마트 팩토리, 제4차 산업혁명. 어떻게 부르던 상관없이 무인 생산의 시대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다음 스테이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도로에 자동차가 나오면서 마차를 끄는 마부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마굿간은 카센터와 세차장으로, 마부는 전문 운전수로 업종을 변경하여 살아남았다.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은 결코 예외없이 무대에서 퇴장당했고, 변화를 읽고 흐름에 올라탄 사람들은 여전히 무대 위에 있다. 자동화와 AI에 노동자인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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