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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스포)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감상 후기

연상호 감독을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했지만, 그 이름을 자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부산행’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할 때부터였다. 그 이후 나온 작품에서 기대치가 높아진 관객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넷플릭스 6부작 ‘지옥’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또다시 기대를 갖기 시작했다. 투자자의 눈치와 간섭없이 넷플릭스 투자를 받아 연상호 감독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줄 것이라는 예상과 유아인 출연 소식과 신선한 예고편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출시 후, 세계 1위를 차지했지만 과연 연상호 감독의 작품답게 호불호가 확실히 갈린다는 평이 많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은 제목인 지옥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과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지를 받은 사람을 처리하기 위해 나오는 3명의 사자에 대해서도, 고지를 하는 천사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그런 부분에 집착하거나 궁금증 해결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다른 오컬트, 엑소시즘 영화를 보는게 좋을 듯 싶다. 아마도 감독과 원작 작가도 지옥과, 사자, 천사 설정에 세부적인 내용은 굳이 필요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설명을 덧붙였다면 불필요한 코멘트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제한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이승과 저승, 지옥과 천국, 천사와 악마, 신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드라마 ‘지옥’은 철저하게 인간과 그들이 만들어낸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천사가 무작위로 거대한 얼굴을 인간에게 내밀고 인간에게 몇 일 뒤 지옥에 간다고 고지한다. 이 고지에서 말하는 ‘지옥’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인간은 알지 못한다. 또한 어떤 사람이 고지를 받는지 규칙을 발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지옥’에 대해서 죄를 지은 사람이 가는 곳이라고 상정해놓고, 고지받은 사람들을 ‘죄인’이라고 부른다. 고지를 받지 않은 사람뿐만 아니라 고지 받은 본인조차도 스스로 죄인이 되어 도망다닌다. 가족들 또한 죄인의 가족으로 차별받으면서 살아간다. 드라마는 전반 3부와 후반 3부의 플롯을 나눠 전혀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 무거운 이야기 주제는 동일하다. 처음 고지를 받은 사람, 대중들 앞에 처음으로 고지를 받은 사람, 다양한 고지를 받은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세상은 단숨에 바뀐다. 새진리회를 신흥 사이비종교로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이들도 어느새 열렬한 신자가 되고 사이비 목사는 새진리회 2대 의장이 된다. 지옥, 고지, 심판이 실재함에 따라 사람들은 그것들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사용한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자하는 목적, 자신의 복수를 하려는 목적, 권력을 쥐려는 목적, 평생 만져볼 수 없는 큰 돈을 벌려는 목적. 


유아인의 섬뜩한 광인 연기에 놀랄 수 밖에 없었고 그의 대척점, 혹은 그와 같은 운명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다른 위치에 있는 박정자를 연기한 ‘김신록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실제 다세대 주택의 벽을 뜯어서 찍었다는 “심판 생중계” 신은 최근 몇 년간 본 드라마 중에 가장 소름 돋는 장면이었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 드라마에서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는 운명’은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고지와 지옥, 사자들을 제거한다고 해도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하는 의미는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뉴스에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가짜뉴스가 나오고 있고 사람들은 그 거짓을 뼈대로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실제 가해자가 아닌 이들이 박정자가 되고 프레임을 굳건하게 믿는 새진리회 사람들은 새로운 가해자가 된다. 우리는 여전히 현상과 결과에만 집착하고 있진 않은지, 과연 프레임과 거짓 뒤에 숨어있는 외로운 진실을 ‘소도’사람들처럼 마주할 용기가 있는지 되돌아 보게 되는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보면서 불편한 장면도 있었고, 이야기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후반부에는 늘어지는 장면들에는 솔직히 지루했다. 그럼에도 손은 다음화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확실히 ‘오징어 게임’처럼 트렌디한 드라마가 아님에는 틀림없다. 넷플릭스 순위만 보고 또다른 ‘오징어 게임’을 기대한다면 전혀 다른 실망만 맛볼 것이다. 생각할 거리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흥미있게 볼 수 있다.

드라마를 다 본 다음,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감독과 배우들의 코멘터리를 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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