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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

[Book]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밀리의 서재부터 리디북스, 실제 서점에서까지 김초엽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젊은 작가가 자주 보였다.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2020년 어느 서점에 가도 가장 눈에 잘 보이는 위치에 있는 SF소설집이다. 국내 소설 중, 특히나 SF소설은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그 메인 진열대의 SF소설은 무척 상징적이다. 최근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다양한 SF소설이 나오고 있지만 우주가 배경이 아닌, 단편 SF소설로 성공적인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작가가 많지 않다. 때문에 더 신선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다. 소설집은 7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각 단편 모두 배경도, 주제도 완전히 다른 각기 다른 빛깔을 지닌 보석들이 모여있는 소설이다.

 

1. 먼 미래를 배경으로 무결점의 인간들을 만들어내는 세상에서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2. 수 십년간 우주 미아 상태에서 돌아온 할머니가 들려주는 지구 이외의 생명이 있는 행성에 표류하면서 ‘그들’과 접촉한 이야기인 스펙트럼
3. 우리가 그토록 찾고 있는 외계인이 사실은 이미 우리와 같이 살고 있다는 맨인블랙 같은 이야기 공생 가설
4.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하면서, 소설 목차 중앙에 위치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대 우주 시대에 소외된 개인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5. 감정을 물성으로 느낄 수 있는 제품이 판매되는 이야기의 감정의 물성
6. 죽은 자들이 기록되는 도서관에서 사라진 엄마에 대한 이야기 관내분실
7. 우주 미지의 공간에 보내기 위해서 훈련하고 개조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인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비슷한 플롯과 구조, 주제를 가지고 있다. ‘다름’과 ‘이해’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이 주로 여성으로 내세운 점도 있지만 기존 SF소설이 주는 강렬하고 웅장한 배경보다는 작은 개인, 어떤 특이점/경계점에서 겪는 인간 개인의 감정과 서로 다른 존재/위치에 대한 이해에 주목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전혀 다른 장르지만 작년에 읽은 <쇼코의 미소>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감성적인 SF라는 신선한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소설집에 실린 모든 소설에는 주인공과 반대의 위치에 있는 단체/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보잘 것 없는 개인이나 자신들과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 주인공은 개인으로서 어려움을 겪지만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는 순례지인 지구 사람들이 다수고 순례자 마을 사람들은 소수(개인)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노선을 없애버린 정부와 과학자가 다수, 과학자였던 할머니가 소수(개인)이다. 이토록 선명한 대조를 통해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뚜렷한 편이다. 다수가 소수를 이해할 수 있는 세상은 올 수 있을까? 그 전에 나는 다수에 속하는가? 소수에 속하는가? 그 기준이 무엇인지에 따라 우리는 수없이 다수였다가, 소수이기도 할 것이다. 성, 신체, 성격, 특성, 사는 곳, 직업, 사회적 지위, 종교..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 다름이 차별로 이어지는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 7편의 소설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다름을 이해로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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