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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미드] 체르노빌 (CHERNOBYL)

일본 후쿠시마 농산물에 대한 위험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는 와중에 HBO의 미드 체르노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의 코어까지 녹아내린 사고는 지구상의 단 두 번 발생했고, 그게 소련의 체르노빌과 일본의 후쿠시마이기 때문에 두 사건이 30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있음에도 오버랩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무능한 관료들이 사고를 은폐, 축소보고하려는 시도들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게 되는 일들은, 역사에 남겨진 수 없이 많은 일들을 떠오르게 한다. 

 

5부작의 이 드라마는 체르노빌 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그 시각부터 이를 수습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군분투 이야기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야기의 중심 시점도 달라진다. 제일 처음에는 디아틀로프가 있는 발전소에서 사고 당시 현장과 소방관인 바실리 이그나텐코의 모습, 이를 해결하기 위한 레가소프와 보리스의 행적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이 사이에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스스로 자원하는 군인들, 발전소 직원들, 광부들까지, 이 다규멘터리같은 드라마는 사건 자체를 다루기보다는 그 사건을 수습해나가는 사람들의 고뇌와 희생을 집중해서 담는다.

 

사건 발생의 시작, 디아틀로프는 새벽시간 테스트를 하던 도중 문제가 생겼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AZ-5 비상 작동을 분명히 했지만, 오히려 3호기에서는 폭발음이 들렸다. 같은 시각, 근처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원자로 폭발에 의해 발생한 분진과 독특한 불빛이 이뻐 구경을 나가기도 한다. 이 사고를 축소, 은폐 보고하던 디아틀로프는 결국 방사능 노출로 인해 구토하면서 쓰러지게 되고, 그제야 많은 사람들이 심각성을 깨닫는다. 하지만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가지고 있던 소련이었기에 상부에는 큰 일이 아니다라는 식의 보고만 올라간다. ‘소방관들이 사고지역에서 그을린 석탄같은 것을 만지고 화상을 입었다’는 보고서를 읽고 발레리 레가소프는 현장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바실리 이그나텐코는 체르노빌 사건 당시 투입된 소방관으로 평소와 다른 화재를 진압하러 가게 된다. 충동 직전 집에서 아내인 류드밀라 이그나텐코평소와 별다를 게 없는 출동 현장으로 생각했지만, 동료들과 함께 방사능에 과다 노출되어 쓰러진다. 전신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변했지만 동료들과 농담을 할 정도로 회복했던 그는 얼마 뒤 방사능 피폭이 행복했던 한 가정에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미드는 사건을 무척이나 담담하고, 건조하게 담아낸다. 마치 넷플릭스의 7월 22일 영화가 그랬듯, 사건 현장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실제 당시에 찍은 영상들을 보면 정말 많은 고증을 통해 사건을 재현했음을 알 수 있다. 단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발전소 사고는 2화정도 다루고, 나머지는 인류 역사상 처음 겪는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5편의 드라마를 다 보고나면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폭발이 일어나는 1~2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클라이막스와 이 드라마가 전하려고 하는 메세지는 모두 5화에 몰려있다. 5화는 사건이 어느정도 수습된 이후,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재판에서 레가소프의 증언이 주를 이룬다. 다시는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소련에 깔려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결함을 수정해야한다. 하지만 결함을 수정하려면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결함을 알면서도 묵인한 소련 정부의 은폐행적, 즉 수직적이고 폐쇄적인국가의 결함을 먼저 수정하지 않을 수 없다. 체르노빌과 같은 구조의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을 알리는 과학자의 연구가 있었지만, 그 과학자와 연구자료는 마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다. 국가는 안전하다고만 말한다. 혹은 너무나 ‘안전’이라는 단어에 몰입한 나머지 정말 안전하다고 믿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거짓’의 대가는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을 이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던진다.

 

오늘날 일본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일본정부는 지속적으로 후쿠시마의 안전을 홍보하고 있다. 그 ‘안전’을 위해서 방사능 안전 수치를 높여서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외부인들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어떤 상황인지, 어떻게 수습되고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멜트다운이 된건지, 멜트스루가 된건지도 모른다. 다만 2020 도쿄 올림픽을 통해 후쿠시마 농산물과 지역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홍보를 통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가? 그 거짓의 대가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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