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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Movie] Annihilation 서던리치 : 소멸의 땅


나탈리 포트만이 광고를 하던 영화의 포스터는 본적이 있지만, 도대체 무슨 영화인지 감이 오지는 않았다.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오기도 했고 작년부터 계속 SF 영화에 몰두하고 있는 필자에게 또다른 신선함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영화를 보게됐다.


주인공 레나(나탈리 포트먼)은 남편 케인을 잃은 지 1년 뒤, 갑작스럽게 집 안에서 그를 목격하게 된다. 사랑하는 남편을 다시만나게 된 반가움도 잠깐, 남편은 전에 알던 자상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아니엇다. 기억을 잘 하지도 못하고, 웃음을 짓는 일도 다시는 없었다. 그가 발작을 일으켜 응급차를 타고 병원을 하던 중 군에 의해 납치당한다. 군출신의 생물학자인 레나는 그곳에서 도시로 뻗어오고 있는 기괴한 장막을 목격한다. 그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구역 쉬머로, 그곳을 탐사하기 위해 들어간 이들은 모두 돌아오지 못했다. 레나의 남편, 케인만 제외하고. 그곳은 어떤 곳이며, 그 안에 들어갔던 이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영화는 매우 특이한 아이디어를 주제로 선정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몽롱한 상태에 이르게 만든다. 가끔씩 잘 안어울리는 BGM 때문에 분위기를 확 깨버리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뛰어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시각화하는 영상에 솔직히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영화는 동명의 3부작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었다. 다만 영화 감독이 만들 때부터 영화 3부작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 흥미로운 영화를 더는 볼 수 없다는 게 조금은 아쉽다.


미지의 세계에서 날라온 소행성, 그리고 유행병처럼 퍼지는 외계 물질, 외부와 고립된 공간은 어디선가 봤던 여러 우주SF 및 호러 영화의 클리셰 들이다. 하지만 서던리치에서는 이런 클리셰로 신비로움과 공간적 호러를 생성하는 동시에 갇힌 공간에 있는 여러 돌연변이 생명체와 환경들을 소름끼칠 정도로 기괴한 상상력으로 관객의 주목을 끌어온다. 영화는 빛의 '굴절'을 매우 잘 사용하였다. 쉬머 자체도 기름에 의해 반사, 투과 시 생기는 굴절률 차이로 인한 무지개처럼 기묘한 스펙트럼의 색을 가지고 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지개의 아름다운 스펙트럼과는 다르게 찝찝하고 무거운 느낌을 자아낸다. 영화 막판에 가면 갈수록 빛과 굴절 같은 것들이 점점 더 심화된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히 영화의 구조 상 레나가 쉬머 들어갔다가 구조된 후 베네딕트 웡의 심문을 받고 있는 장면(미래)과 쉬머 안에서 들어가기 직전부터 쉬머 안에서의 일들(현재), 레나의 죄의식이 담긴 사건과 케인이 쉬머로 떠나기 전까지의 일들(과거)가 교차되어 나오면서 주인공 레나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 하다.  특히 이 시간적 구성은 쉬머 속처럼 마구 엉켜있다. 시간을 담는 구조자체도 영화 컨택트 만큼이나 복잡했지만 컨택트에 비해서 과거와 미래가 맞아떨어지지 않아 시간 시퀀스가 주는 쾌감은 없다. 덕분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알 것 같으면서도 알기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영화를 다 보고나면 내가 무엇을 본건지 쉬머 속 레나처럼 멍해진다. 그리고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소설을 읽어야하는 건지 의문이 든다. 영화 소재 자체는 앞서 말한 것처럼 매우 흥미롭지만 결말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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