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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Movie] 블레이드 러너 Blade Runner

(영화는 지금봐도 그닥 촌스럽지는 않은데.. 한국 극장용 포스터는... 매우 촌스럽다.)


30여년 만에 리들리스콧 감독에 의해서 에이리언이 후속작이 개봉했다. 블레이드 러너도 40년이 다되가는 원작의 속편을 2017년에 개봉했다. 90년대부터 후속작에 대한 떡밥은 많이 던졌다고 하지만 막상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원작부터 챙겨봤다. 사이버 펑크의 원류이자 개봉당시의 평은 혹평에 가까웠지만, 현재에는 어두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영화 중 명작 반열에 올라와 있는 독특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후속작이 만들어질 수 있는 건 리들리스콧과 해리슨포드가 다행히 영화를 계속 찍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블레이드 러너 원작에서도 캐릭터와 세계관에 대해서 리들리스콧과 해리슨포드가 자주 충돌했다고 하니 다시 뭉친 건 블레이드 러너 팬으로써는 참 다행이다. 물론 이 영화가 개봉하면서 해리슨포드가 나온다는 점 자체가 원작에서 가장 핫한 논란 거리 중 하나인 데커드의 레플리컨트 설이 위세를 잃었지만.

미래를 상징하는 2019년. (이제는 2년 정도 남았지만 그 당시에는 40~50년 뒤는 꽤 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인류는 인간과 똑같이 생기고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복제인간 로봇 레플리컨트를 만들기 시작한다. 용도에 따라서 전쟁 군인용, 암살용, 위안용 등 다양한 종류로 나누어지고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질 수도 있으며, 수명이 4년으로 제한된다. 아마도 마지막 제약이 없었다면 이 영화와 같이 현장에 있던 레플리컨트들이 모여 다시 지구로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곳에 가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살면 충분했을테니깐. 탈출한 레플리컨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엄청난 힘과 민첩성, 자신을 창조한 창조주와 적어도 동등한 지능을 가진 이들을 'retirement' 시키기 위해 은퇴한 블레이들너 데커드가 투입된다. 레플리칸트들은 타이렐 본사에 들어가 자신들의 창조주인 엘든 타이렐을 만나려고 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백미는 상상력으로 가득한 영화의 미적인 부분이다. 음침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너저분한 길거리에 동양인이 운영하는 음식점들이 늘어서저 있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일본어와 한자, 한글이 네온싸인 간판에 새겨져있다. 건물 내부도 인상적이다. 어두운 분위기는 건물 바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레트로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기계들이 있다. 35년 전 기술력을 기반으로 상상해 본 미래를 영화에서 엿볼 수 있다. 영화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는 매력적이다. 데커드의 시크함과 집요한 수사, 광기어린 레플리컨트들의 폭주. 그 모든 것을 담담하게 수용하는 미래도시. 영화가 말하는 2019는 실제의 2019년도와 많이 다르겠지만 그렇게 묻어버리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영화적 배경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관통하는 이야기가 철학적인 고찰을 할만한 주제이기도 하다. 인간과 인조인간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하는가? 똑같은 감정과 기억 저장할 수 있다면 인간과 같은 생명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이 문제는 타이렐 사의 비서로 일하고 있는 레이첼이라는 캐릭터에서 더욱 첨예하게 다룬다. 레이첼은 데커드가 수행한 보이트 캄프 테스트에서 레플리컨트로 판명된다. 하지만 레이첼은 자신이 온전히 사람인줄 알고 이제껏 살아왔다. 레이첼은 타이렐이 만든 최신현 레플리컨트이자 그의 사촌동생의 기억을 그대로 주입하여 자신이 진짜 인간이라고 믿고 있는 레플리컨트였다. 그녀와 실제 인간이 다른 점은 부여된 특수 능력과 4년의 수명제한 뿐이다.

탈주한 레플리컨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우주정복 전쟁에서 부품처럼 사용된 존재들이다. 우주 한복판에서 벌어진 처참한 광경들을 경험한 그들이 목숨을 걸면서 지구에 돌아와 얻고자 했던 것은 바로 생존. 생존을 위한 사투만큼 생명을 움직이는 근원적 본능이 어디있을까. 그런데도 그들을 생명이 아닌 부품으로, 그들을 제거하는 것을 살인이 아닌 은퇴로 볼 수 있을까?

영화 속 긴장감 넘치는 액션도 좋지만 영화의 마지막. 많은 사람들이 명장면이자 명대사로 뽑는 룻거 하우어(로이 뱃티 역)의 연기와 대사는 영화를 보면서 집중해야할 부분 중 하나이다.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time to 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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