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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Movie] 이벤트 호라이즌



영화 <에일리언>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그 이후 에일리언을 표방한 우주SF 영화와 이를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벤트 호라이즌도 에일리언 영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장면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에일리언 영화의 아류작으로 분류하긴 아쉽다. 우주라는 무한한 배경 속, 버려진 우주선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비슷한 종류의 공포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벤트 호라이즌은 또다른 공포감을 조성한다. 일단 이 영화에서는 괴생명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과 실체를 끝까지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해서만 나온다. 특히 이 '악의 존재'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지도, 깊게 묘사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벤트 호라이즌 호의 승무원들이 '지옥'을 보고 난 이후의 변해버린 모습만  남아있다. 우주선에 남아있던 비디오 영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그 '지옥'이 어떤 곳인지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이렇듯 지구 위의 인간이 상상을 통해 만들어낸 지옥이 인간의 인식을 벗어난 지옥과 결합하여 추측 불가능한 미지의 영역을 만들어낸다. 마치 영화 <곡성>을 본 뒤의 느낌이랄까. 물론 곡성에서는 악마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나오지만, 영화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시작과 유사하게 선원들이 수면 상태에 깨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유일한게 루이스 앤 클락 호 우주선의 선원이 아닌 윌리엄 웨어 박사는 사실 정부의 요청으로 시공간을 뛰어 넘어 우주의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워프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만든 워프기술이 이벤트 호라이즌 호를 이용해 테스트가 진행되었고, 수 년간 사라졌다가 이벤트 호라이즌 호로부터 통신이 도착하여 이벤트 호라이즌 호를 찾기 위해 루이스 앤 클락 호에 탑승하였다는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동행하던 대원들은 술렁이지만 이벤트 호라이즌 호에서 날아온 통신 내용이 '구해달라' 라는 의미인 것으로 파악되어 대원들과 월리엄 웨어 박사는 선체 내를 탐색하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가 아직까지도 유사 장르에서 많은 호평을 받는 이유는 그 특유의 B급 냄새가 나는 영화의 분위기, 잔인함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해서 영화의 음악, 효과음, 영상을 통해 관객을 향한 심리적 압박을 잘 이용했다는 점이다. 밖으로 탈출하면 무한한 우주가 기다리고 있는 우주선 속에 갇혀, 대원들의 의문의 악몽과, 환영을 일으키고 끝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제거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동시에 이벤트 호라이즌 호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이 저주받은 우주선을 이용해야만 한다. 처음 대원들이 우주선에 발을 딛고 우주선 내부의 잔혹한 상황을 보았을 떄는 어떤 괴생명체가 이들을 습격할까, 어떻게 잔인하게 그들을 농락할지 그 타이밍에 대한 기대를 했지만. 이 영화는 어떤 괴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끝을 알 수 없고,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우주와 인간. 두 가지가 만나 빚어내는 무언의 서스펜스가 관객들을 짓누른다. 이벤트 호라이즌 호에 탑승한 승무원들은 갈수록 자신의 트라우마와 관련된 환상을 보게 되고. 환상 속의 존재에게 공격을 받기 시작한다. 특히 점점 더 많은 승무원들이 환영을 보게 되고, 그 환영이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져 진짜라고 믿게 되었을 떄. 악마는 비로소 그들의 믿음을 기반으로 공격을 진행한다.

영화의 가장 큰 묘미는 바로 이벤트 호라이즌 호에서 날아온 '구해달라' 라는 라틴어 문장의 진짜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밝혀지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부분이다. 우주 SF 영화와 공포영화 혹은 우주 SF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한 번쯤은 꼭 봐야할 필수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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