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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Ulysses 의 유료화를 돌아보며...


처음 아이폰을 구입했을 때의 느낌을 잊지못한다. 깔끔함 그 자체인 디자인에 완성도 높은 os와 ui는 안드로이드 폰과 윈도우 7 컴퓨터를 쓰던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이런 사소한 것까지 고객을 생각하다니!!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애플은 변태적일정도로 '완성'에 집착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한 완벽에 대한 태도가 그 당시 나에게 감명을 준건지 아니면 애플의 마케팅적 접근이 마음에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또다시 예쁘게 잘나온 아이폰 8과 아이폰X에 대한 욕심은 나지만 구입욕구를 줄여주는 것은 애플제품의 가격뿐만이 아니다. 맥북도 마찬가지다. 가벼운 12인치 맥북, 혹은 터치바라는 요상한 물건을 탑재한 맥프레, 타사의 5k 모니터 가격으로 맥도 껴준다는 아이맥 5k까지. 애플 제품의 라인업은 macOS와 iOS를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혹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전에 사용하던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제품일까? 그 대답은 알 수가 없다.

이전까지는 맥과 아이패드, 아이폰에서의 연속성 기능과 앱 생태계의 통일성으로 한 번 맥과 아이폰에 발을 담그면 그동안 구입한 유용한 App 때문에 다른 OS, 다른 제품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 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완성도 높은 애플제품의 app들이 판매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App들의 유통구조나 판매대상이 매우 한정적인 것을 생각하면 단순히 App을 30달러, 50달러에 일반 유저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회사의 지속경영에 보탬이 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제 아무리 이미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App이라도 1년에 한 번 애플제품들이 OS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업데이트가 필요하며, 꾸준한 고객피드백이 없는 App은 시장에서 자동으로 사장되기 때문이다. 즉,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매출은 기존 사용자가 아닌, 오직 신규사용자에게만 나온다면?

그래서 많은 App들이 판매 제품에 대한 업데이트를 끊고 신규고객은 오직 구독형으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앱들이 한 번 구입한다고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판매구조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완전 구독형으로 가지 않더라도 EVERNOTE 처럼 무료 사용자에게는 매우 기본적인 맛보기 기능만 제공하고 제대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구독 등을 통해 필요한 기능을 언락해야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아이폰과 맥의 App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안드로이드 어플 중에서도 구독형으로 돌아서는 서비스들이 많다. 하지만 애플 플랫폼이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 엄청난 숫자의 앱과 완성도 높은 앱이 기반이었던 걸 생각하면 구독형 서비스 App의 증가는 꽤나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이러한 구독형 App 서비스는 구독을 끊는 순간 그 동안 지불했던 가치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심리에 미치는 상실감은 크다. 뿐만 아니라 구독형으로 여태까지 많은 지불을 하면서 사용했던 서비스가 갑작스럽게 문을 닫거나 회사가 망한다면, 금전적인 손해뿐만 아니라 서비스 경험이 끊긴다는 점에서 대단히 큰 불만을 떠안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고객에게 구독형 상품에 대한 확신을 없어지게 만든다. 더 이상 어떤 프로그램, App을 소유(!)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사용자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을 선언한 글쓰기 어플 Ulysses)

대표적인 예로 Ulysses는 구매당시에도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할정도로 고가였고 macOS와 iOS 제품을 둘다 구입할 경우 60달러가 넘는 금액인걸 생각해봤을 때, 갑작스러운 업데이트 중단과 구독형 서비스로의 전환은 수 많은 고객들을 매우 당황하게 만들었다. (물론 기존 사용자들에게는 평생 할인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구독형 서비스로  1password도 일반 구매자와 프리미엄 사용자에게 차별성을 두어 구독형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러한 구독형 서비스는 사용자들의 외면으로부터도 살아남아야하지만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경쟁자들과의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부터도 살아남아야한다. 과연 구독형 서비스가 대세가 되는 날이 언젠간 올까? 개인의 생산성과 편리를 주마다, 월마다 돈을 고정적으로 지불함으로서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면, 제작자의 입장에서 구독형 서비스로의 전환은 밝은 빛이 보이는 탈출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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