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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4월 16일, 그날

얼마 전 회식 후 직장 선배 분이 세월껀 이야기를 꺼내셨다. 당시 아이가 없던 때라 세월호 참사 당일 이후부터 하염없이 세월호 뉴스만 바라보고 있는 우리팀 팀장님한테 왜 그렇게 뉴스만 보고 있냐고, 뉴스를 계속 본다고 달라질게 있냐고 물었단다. 거기에 우리 팀장님은, ‘아직 아이가 없죠? OO님도 자식이 있으면 무슨 마음인지 알거에요’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자신의 일도 아니고 단순히 남의 자식이 당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넘어 왜 그렇게 팀장님이 같이 마음이 아프고 그 부모의 심정에 공감 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또 다른 많은 이들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또한 세월호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도 싫어하는 이들도 역시 존재한다. 최근 광화문에서 열린 박사모 시위자들이 무단으로 세월호 추모 관련 조형물에 방화를 저질러 뉴스에 나온적도 있었다. ([http://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8202&section=sc4&section2=])


대다수의 많은 국민들에게는 공황과 아픔으로 기억되는 사건이 누군가에게는 정치적 치부로 여겨져 배척받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나 사족을 달더라도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현대사회에 집입하면서 겪은 몇 안되는 비극적인 대형참사 중 하나이다. 안일한 의식이 불러온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이 사회 전반의 의식수준과 안전에 대한 인식이 평균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들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동시에 원인을 파악하고 다시는 그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발전시켜나가야한다.


남은 이들을은 그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같은 규모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렇게 허망하게 많은 사상자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들에게는 이 사건이 다음을 위한 교훈이 되거나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일들로 여길 수 없다. 이 사건이 이들의 삶과 운명을 송두리 째 바꾸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다음 번이라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만 좀 하자’는 사람들의 말을 따를 수 없는 것이다. 아직 아무 것도 하지도, 바뀌지도 않았는데 그만할 수는 없으므로.


벌써 4년이 흘렀다.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아침에 아르바이트하던 식당에서 나누었던 대화, 라디오에서 전원 구출했다는 오보. 하지만 일을 마치고 광화문 광장을 가로지르며 들었던 충격적인 소식. 몇 주 뒤 내가 일하던 식당 앞, 시청 광장에는 노란 리본과 추모의 행렬로 줄을 섰다. 사람 많은 걸 번거롭게 여기는 나도, 아무 불평 없이 줄을 서서 추모의 기도를 올렸다.


뉴스를 멍하니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며, 예능 방송들이 휴방을 선언하고 전국민이 슬픔과 공황에 빠졌던 그 날들, 바로 4년 전이다. 어느 누군가는 지겹다고 말하는 이 사건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왜 이런 비극이 발생했고, 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최고통수권자는 그날 오후 늦게야 얼굴을 드러낼 수 있었는지 우리는 이제야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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