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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가짜뉴스와 선거

# 가짜뉴스와 선거

5월 9일에 치뤄지는 19대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초유의 사건 때문에 급하게, 그리고 제대로 준비할 시간도 없이 치뤄졌다. 선거일도 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사실상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후보에게 너무 유리한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기간이 짧은 만큼 여론조사의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는 변수나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을 거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사전 투표 전 날 SBS에서 내보낸 가짜뉴스는 모두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자극적인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라는 제목을 통해 세월호 인양 지연이라는 부정적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실제 뉴스 내용에서는 해수부 공무원으로 지칭되는 인물의 음성 인터뷰를 내보면서 "솔직히 말해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것”, "(세월호 인양을 고의 지연해) 정권 창출되기 전에 문 후보에게 갖다 바치면서 문 후보가 약속한 해수부 2차관을 만들어주고, 해경도 해수부에 집어넣고 이런 게 있다" 이라는 내용을 뉴스에 그대로 내보면서 인양 지원을 문재인 후보가 일으킨 일처럼 만드는 일종의 논리 비약을 만들어냈다. 일단 제목과 내용의 상충이 보인다. 문재인 후보는 차기 정권도 아닐뿐더러 자신들이 특종이라고 생각했다면 문재인 후보의 이름을 제목에 넣었어야 했다. 저기서 말하는 차기정권이 누구인가? 국민들이 선거를 하지도 않았는데 차기정권이라는 단어를 뉴스 제목에 넣었다는 것 부터 이상하다. 인터뷰를 한 해수부 공무원에 대한 의심도 들지만 애초에 이러한 증언을 크로스체크도 하지 않고 뉴스에 내보낼 가치가 있는건지 모르겠다. 이게 단독 보도, 특종기사면 광화문에 있던 애국보수, 어버이연합과 인터뷰에서 문재인에게 더 북한 관련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특종으로 내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인양 지연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이후 3년동안 지연된 일이다. 그 3년은 박근혜 정권이 가장 힘을 쓰고 있는 시기였고. 그렇다면 해수부는 박근혜 정부에 속해있으면서도 차기 정권을 위해 일을 안하고 있었던걸까? 이런 단순한 사고 흐름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SBS 가짜뉴스 사건은 이상한 점이 많다.


시청자에게는 매일 밤 8시면 진행되는 뉴스지만 이 뉴스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하루종일 매달려서 만들어야한다. 하지만 이 기사는 과연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간 뉴스가 맞을까? 직접 취재한 기자부터 이 뉴스를 내보내는 앵커까지. 모두가 이미 뉴스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모두들 그 뉴스를 마치 대본처럼 읽기만 한 것일까? 그 뉴스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면 좀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는 건가?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렇게 어렵다는 언론고시를 통과해서 언론인이 되려고 했던걸까.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번듯한 직장이 필요해서? 금전적인 추구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대로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던 인터넷에서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가 혼합되어 정말로 가치있는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나 전세계적으로 이념적, 국가적, 빈부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요즘, 인터넷이라는 망망대해 속에서 언론이라는 이름을 빌려 마치 이정표처럼 사람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척하는 가짜 뉴스가 큰 문제로 떠올랐다. 그런데 그나마 믿고 있던 공중파까지 가짜뉴스를 내보내고 있다니…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은, 온갖 은폐 속에서도 진실을 갈망하는 자들은 어떤 뉴스를 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가. 구구절절한 변명을 늘어놓는 사과방송을 했다지만 여전히 그날의 가짜 뉴스를 만들어낸 이들이 아직도 오늘의 뉴스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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