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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Movie] 악녀




요즘 개봉하고 있는 한국영화는 딱히 끌리는게 없어 영화관에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러던 중 김옥빈이 출연한다는  ‘악녀’가 1+1 얼리버드 티켓으로 나와 일단 덜컥 구입했다. 영화를 보기 전 잔인한 복수극 이야기라는 것만 알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의 처음부분이 핸드헬드로 찍은 것이라고는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면 조금 어지럽기도 하고 FPS게임을 보는듯 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킬빌, 올드보이 등 다양한 리벤지 액션 영화의 클리세들을 섞어놓았다. 사실 이 영화의 시작 부분은 영화 뒷 부분을 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중요한 퍼즐 중 하나이다. 그리고 영화는 우리의 기대와는 조금씩 다른 길로 나아간다. 과거 회상으로 돌아가 왜 이런 피비린내나는 복수를 하는지 설명하지도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특수조직의 음흉한 아지트는 한국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잘 살렸다. 조선족인 숙희가 갇힌 곳은 국가 비밀 조직의 시설. 아무리 문을 열고 도망치려고 해도 완전히 통제된 장소. 감옥도 아니고 병원도 아닌 훈련소라고 하기에는 발레교습실, 조리실, 메이크업 스튜디오, 연극 무대 등 다양한 장소가 안에 들어와 있다. 그녀는 10년 동안 비밀조직이 지정한 타겟을 제거해야하는 암살자 역할을 마치면 새로운 삶, 자유를 보장해준다는 권숙(김서형)의 약속을 믿고 딸과 함께 사회로 나온다. 국가 비밀 요원인 현수의 진심어린 감정과 임무가 뒤섞인 의도적인 접근에 숙희는 현수와 결혼을 하게되고 둘은 서로의 직업과 목적을 숨긴 채 아슬아슬한 동거 생활을 하게된다.

영화의 초반과 비교해보았을 때 영화의 중반. 현수와 결혼하기 전까지는 마치 영화의 오프닝은 까맣게 잊을 정도로 갑작스런 로맨스물이었다가 또다시 피비린내나는 액션 영화로 돌아온다. 사람들은 너무 뻔해서 예측가능한 전개였다는데 필자는 솔직히 이 분노가 담긴 액션 -> 로맨스 영화로 넘어가는 당황스러운 영화의 전개에 완전히 홀려서 그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상상도 못했다. 너무 뻔한 영화는 <에일리언:커버넌트> 같은 영화지. 아무튼 영화 전반에 걸쳐 이어지는 스토리는 복수극 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게다가 한국형 킬빌이라는 '칭찬'이자 '비판'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포스터에서 사용된 결혼식장에서의 저격장면이나 요정에서의 장면, 시내버스 안에서 액션씬은 어디서 본듯하면서도 꽤 괜찮은 영상미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우 '김옥빈'의 매력은 이 영화에서 결코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숙희라는 캐릭터가 가진 차가움, 냉정함, 잔인함과 대치되어 숙희 캐릭터를 잘 살렸다. 특히 캐릭터들의 사연이 영화 주요 스토리의 전개와 무관하게 깊이 있게 다뤄지면서 인물에 대한 몰입이 잘되는 편이다.

맨날 뻔한 감동과 질릴만큼 질린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 혹은 가족오락용 영화에 지친 관객이라면(피 튀는 액션 영화에 거부감이 없어야한다.) 영화 '악녀'만큼은 결코 뻔하다는 말을 하기 쉽지 않은 영화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A급 수작으로 보면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B급 감성이 풀풀 나는 영화인만큼 적당히 어색한 연기와 영화 구성 같은 요소들은 영화 속 쌓여가는 시체들 옆에 잠깐 놓아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신하균의 생각보다 적은 비중과 성준의 <로맨스가 필요해:시즌3>과 유사한 단면적인 캐릭터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있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평범한 일상 골목 어디 체육관을 무대로, 버스를 무대로, 벌어지는 생활 근접형 액션 영화 ’악녀’는 어떨까? 물론 영화 ‘아저씨’, ‘킬빌’ 등을 기대하고 간다면 실망이 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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