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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Movie] 옥자

# 옥자



한동안 영화계에서 옥자가 굉장히 핫한 주목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영화 플랫폼의 갈등이었다는 점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vs. 넷플릭스 라는 플랫폼의 힘겨루기 대결이라고 할까. 이미 CGV 나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영화 배급사인 동시에 투자자를 자청하면서 영화를 제작하고 있기에 넷플릭스 자체 제작 영화인 ‘옥자’가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 상영하지 못하는 이유를 일반 관객들은 딱히 납득하기 힘들다. 덕분에 씨네큐브 등 서울을 비롯한 각지의 인디? 영화관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결과적으로는 이번 논쟁은 넷플릭스의 홍보효과만 가져다주면서 막을 내린듯 하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넷플릭스 무료 1달 체험 행사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정말 옥자를 보고 싶다면 무료로 넷플릭스에 가입해서 볼 수 있다.

영화 자체는 심플 플롯과 봉준호 식 유머가 곁들여지고 특유의 세련되면서도 선명한 색감이 살아있는 영화다. 그의 오마쥬와도 같은 배우들(변희봉, 윤제문, 틸다 스위튼) 은 여전히 등장하고 왠지 모르게 영화 속 배경인 근 미래 세상에서 어울리지 않는 약간은 촌스러우면서도 귀여운 주인공이 등장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영화 전체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칸을 이동한다는 점을 뺀다면 설국열차와 매우 흡사하다.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서 주인공은 반 강제로 앞으로 향해야하고 주인공과 나머지 사람들의 언어적 장벽도 굳건히 존재하지만 영화가 진행하는데, 그리고 주인공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아무런 방해요소가 되지 않는다. 또한 어려운 위기 속에서 조력자들을 만나게 되고, 결국 최종보스와 1대 1로 마주하게 된다는 점은 설국영화2를 다시 본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아마도 외국배우와 한국배우를 섞어 사용하면서 생기는 현상이 거의 그대로 두 영화에 담겨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의 독특한 미학적 관점이 그려낸 영화 ‘옥자’ 속 한국은 더욱 더 묘한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한국인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외국 감독들이 미드와 영화에서 한국 배경을 사용할 때 쓰는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온 느낌이 드는 듯한 미자의 집은 이제는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깊은 산 속 초가집으로 그리고 있다. 그리고 영화 초반 미자와 옥자가 뛰어노는 배경도 실제로 한국에 있다는 느낌보다는 유유자적하면서도 아무런 걱정이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 같은 이미지가 있다. 반면, 옥자가 잡혀서 끌려가는 서울에서는 실제 서울의 모습, 거대한 빌딩 숲과 가로막힌 소통이라는 느낌에 있어서 실제 한국의 모습과 더욱 유사하다. 봉준호 감독이 지향하는 동시에 그리워하는 풍경과 감정이 어떠한 것인지 영화는 초반부터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캐릭터는 어떠한가. 옥자라는 생물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안에 많은 관객들의 감정을 이입시킬 정도로 옥자는 흡입력있는 캐릭터이다. 실제로 영화를 처음부터 본 사람들은 옥자를 단순히 변형된 돼지라고 보기보다는 미자의 친구이자, 하나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로 인식하게 된다. 이 때문에 극 중 옥자에게 가혹한 장면들이 몇몇 있는데 아마도 옥자를 실제 사람으로 치환해서 본다면 영화에 담을 수 조차 없을 끔찍한 장면들을 삽입함으로서 인간의 잔인함을 영화가 담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낸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미자의 연기는 단어 그대로 adorable하다. 메이킹 필름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촬영을 할 때 실제로 어떻게 진행하였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안서현이라는 배우가 어린 나이임에도 옥자라는 상상력으로 채워야하는 단짝 친구의 빈자리를 어색하지 않게 감정과 연기력으로 채워넣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 어딘가 모자른 아들을 챙기랴, 집안의 어른 역할을 하랴, 잃어버린 손녀를 찾으랴 바쁘게 뛰어다녔던 배우 변희봉 역시, 이번 영화에서도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로 찾아온다. 옥자를 키운 평범한 농민이지만 손녀의 미래를 위해서는 정든 돼지는 쉽게 떠나보낼 수 있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른들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틸다 스위튼은 전작 설국열차와 비슷하면서도 유전자 조작 돼지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쌍둥이 자매를 1인 2역으로 소화했다. 설국열차에서 보았듯, 서사적인 연기톤과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았다. 워킹데드와 코난쇼로 전세계적 인지도를 얻은 배우 스티븐연까지. 영화 속 배우들의 면모만 보아도 충분히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든다.

영화 줄거리는 미자와 친구이자 가족인 옥자가 유전자 변형 돼지를 만들어낸 미란도 회사에 다시 잡혀가면서 발생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미자는 옥자를 다시 찾으러 가는 도중 만한 미란도 컴퍼니의 만행을 대중에게 알려 동물들의 자유를 되찾고자 하는 자유동물 연맹?을 만나게 된다. 미자와 제이는 엇갈린 길을 가게 되고 옥자의 운명은 알 수가 없어진다. 미자는 옥자와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괴물 - 마더 - 설국열차와 마찬가지로 봉준호 감독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반 사람들의, 어딘가 모자른 소시민의 불굴의 집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듯, 영화 <옥자>에서도 시골소녀 미자와 어설픈 ALF 멤버들과 글로벌 육류가공 기업과의 대결에서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자본과 권력의 비윤리적 행태에 눈감으면 편해지는, 강자도, 약자도,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이들에게 남기는 호소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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