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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 도리안(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Book] 도리안(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미 영화와 연극으로 수없이 재탄생한 오스카 와일드의 고전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소설을 읽어보았다. 이 소설은 1890년대 고전 장편 소설 대부분 가지고 있는 딱딱하고 격식있는 사랑이야기이거나 사교계 이야기가 아니다. 고귀한 것으로 여겨지는 인간영혼이 쾌락만을 추구하면 어떤 인간의 모습을 하고있을지 극한의 상상까지 뻗어간 이야기이다. 헨리 워튼의 대사들은 지금 들어도 급진적인 성격을 띄는 쾌락주의자라는 인상을 주는데 당대의 평론가들과 독자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을지 상상도 하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이 시대에 120년 전 작품을 읽었음에도 전혀 낡거나 진부한 소설로 느껴지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빠른 속도로 읽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흥미로운 소설 소재와 환상에 가까운 그로테스크가 소설 속에 잘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도리언 그레이>는저명한 유미주의자였던 오스카 와일드가 평단의 온갖 조롱 끝에 수정을 거쳐 1891년 현재의 판본으로 다시 발표했다. 그 서론에 ‘예술은 드러내고 예술가는 감추는 것이 예술의 목적이다.’ 라는 유명한 서론을 남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바질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자신이 너무 투영됐다는 말처럼 오스카 와일드라는 예술가가 소설이라는 예술 안에서 완전히 자신을 너무 많이 드러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다.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는 대신 영혼을 팔았다가 권선징악의 결말을 맞는 이야기들은 이전에도 많았다. 누구라도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미모의 소유자 도리안 그레이는 그의 친구 바질이 그려준 초상화가 그 대신 나이를 먹게 된다. 이는 축복 같았지만 저주도 함께 존재했다. 초상화가 단순히 나이를 먹어갈뿐만 아니라 그의 영혼의 타락까지도 초상화에서는 표현되는 것이다. 현실 속 도리언 그레이는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순결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초상화는 그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 덕분에 도리언 그레이는 그의 친구들이 늙어가고 있을때도 자신만은 빛나는 미모와 젊음을 유지하게 된다. 그가 늙지 않을 수록 욕망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만 등장하고 ‘책임’은 뒷전에 있게 된ㅈ다. 특히 도리언 그레이와 바질의 친구 헨리가 나약하고 순수했던 도리언 그레이를 쾌락의 편에 서게 만든다. 초상화가 그의 늙음과 도덕적 타락을 대신해주었기에 그는 늙지도 않았고 그가 저지른 타락에 대한 양심을 느끼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소설 속에서 주목할 점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가 도리언을 젊게 유지 시켜주는 중요한 매체로 작용하지만 소설에서는 초상화 자체를 직접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빌 베인의 죽음이 도리언 그레이의 인생을 크게 뒤틀려 놓았고 변해버린 그의 영혼과 초상화를 들여다보고 본격적으로 잘못된 길을 택하는 부분을 타락의 시작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예술가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바질이 자신과 비슷한 인물이라고 보았고 도리언 그레이는 자신이 되고싶어 했던 존재라고 말했다.

‘도리언, 나와 당신을 바꿀 수만 있다면 정말 좋으련만. 세상 사람들이 우리 두 사람을 모두 험담하긴 하지만사람들은 언제나 당신을 숭배해요. 영원히 숭배를 받을 테죠.'    

헨리의 말 속에서 오스카 와일드가 한때 꿈꿨던 이상에 대해 엿볼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느껴지는 것은 바로 모호함, 불분명함이다. 흡사 영화 <종이달>과 같은 느낌마저 든다. 소설이 ‘극’ 형식을 띄고 있기 때문에 인물들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 탓도 있지만 작가는 아름다움과 쾌락에 빠져 영혼을 바꾼 도리언 그레이를 맹목적으로 비난하지 않는다. 그의 불완전함과 차가운 비도덕성은 소설 속에서 명백히 드러나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이 느껴지게 만든다. 도리언 그레이의 순수했던, 진짜 젊음이 있던 시기에 그가 얼마나 유약하고 순수했는지 알기 때문이지만, 덧붙여 120년이 지난 지금도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맹목적인 ‘미’에 대한 탐닉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도리언 그레이를 쉽게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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