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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Review] 서울행

이제는 한국 영화판이 꽤나 커진건지, 배급사에서 밀고 적당한 스타 배우들이 등장하면 천 만이 넘는 영화가 속속 들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행도 좀비물이라는 호불호 강한 장르임에도 무서운 흥행세를 보여주더니 기어코 천 만 관객을 넘은 영화가 되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난 후 평은 참 많이 갈린다. 억지스러운 인물 설정도 있지만 아무래도 영화 막판에 등장한 억지 '신파'가 많은 사람들의 비판을 받았다. 평소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생각한다면 부산행의 이해하기 힘든 캐스팅에 이런 말랑말랑한 영화를 만든 것은 오롯이 감독의 의견만은 아니었을터. 먼가 찝찝하고 아쉬움이 남는다면, 연상호 감독의 '서울행'을 추천한다. '서울행'에서는 부산행의 석우(공유)와 전혀 다른 후미지고 서울의 낮보다는 저녁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연상호 감독이 한국형 좀비물로 보여주고자하는 것들을 조금 많이 쎄게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통렬한 사회비판이라고 보기보다는 멱살을 잡고 조롱하는 격이라, 많은 관객들이 여기서 서울행은 호불호가 갈릴듯 싶다. 부산행의 신파가 문제였다면, 서울행은 지나치게 거친 이야기가 큰 장벽이다. 게다가 프레임이 뚝뚝 끊기는 듯한 애니메이션과 심은경의 더빙은 몰입의 방해가 된다. ( 생각보다 이준의 연기가 가장 잘 어울렸고 작화도 이전 작품들 중 가장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묘사를 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 하지만 이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비슷하게 먼가 통상적이지 않은 더빙과 영상의 부자연스러움은 늘상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극의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큰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암울하고 어두운 배경 이야기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좀비아포칼립스의 긴장감과 스릴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단순히 도망칠 수 없음을 넘어서 주연급 인물들 모두 돌아갈 곳 없는 ‘노숙자’ 같은 신세임에 더 슬프고, 더 답답하다. 서울에서 자신의 집을 갖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극 중 등장하는 모델하우스는 존재하지 않는 그들의 집으로 복귀를 꿈꾸게 한다. 더 나아가 그 꿈 속에서 펼쳐지는 참혹한 일들 때문에 관객들은 지독한 어둠과 쓰라린 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좀비물은 좋아하지만 신파는 싫었던 부산행 ‘불호’ 관객이라면 이 이야기가 차라리 영화는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배급사의 농간인지 모르겠지만 이 애니메이션 ‘부산행’의 프리퀄이 절대 아니다. ‘서울행’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이를 영화로 만들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세계관만 공유하고 ‘부산행’을 제작하게 된 것이다. 물론 부자연스럽지만 석우(공유)가 딸과 집을 나서는 그 새벽이 ‘서울행’의 그 저녁일수도 있다. 물론 아닐수도 있고. 단 한 명의 인물도 이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좀비사태의 원인도 등장하지 않는다. 어떤 문제든 정답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관객 상 환영받을 작품은 아니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개봉하고 이후 영화가 등장하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프리퀄’이라는 말은 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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