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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Review] 터널

부산행의 흥행 바톤을 이어받은 건 놀랍게도 DC 코믹스의 캐릭터들이 다수 나오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도 아니었고, 막대한 제작비 투자를 받고 니암 니슨의 출연한 인천상륙작전도 아니었다. 둘 다 개봉 전 기대와 달리 부실한 완성도로 처참한 흥행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대신 최근 다양한 영화에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게다가 필자가 최근 추격자, 황해, 아가씨를 본 뒤라 더더욱 포커싱을 맞추고 있던 배우 하정우 주연의 터널이 여름 극장가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 부산행이 좀비 재난물이었다면 터널은 일반 재난 영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 부산행에 비해 호불호가 덜 갈린다. 게다가 기존 정통 한국형? 재난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가족이나 사랑 타령 신파에 초점이 맞춰져있기보다는 사회/터널로 완벽히 구분되어 있다. 사회 씬에서는 관료주의적, 보여주기식 정부의 늦장 대응, 부실 대응, 매뉴얼 부재,언론의 비윤리적 행위 등을 부산행보다 더 깊이 있게, 실소를 짓게끔 풍자를 보여준다. 반면 터널 씬에서는 어둠 속 지루한 생존기라는 테마보다 능청스러운 연기를 완벽하게 자신의 캐릭터로 만든 배우 하정우가 때로는 처절함을, 혹은 유쾌함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JTBC 뉴스룸에 하정우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 하정우(정수 역)에게는 이 영화가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남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Cast Away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마냥 생존에 중점을 둔 영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있는 장면도 등장하지만 관객들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장면들도 더러 있으니 ‘터널’이 결코 심각한 영화라고 말하긴 힘들다. 굳이 한국 영화 중 찾자면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지도.

이 영화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세월호’,’메르스 사태'가 떠오른다. 사실 영화의 제작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결정되었기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을 밝히고 있으나, 영화를 보면서 생각나는게 사실이다. 좀 더 나이가 있는 분들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모든 참사에는 각자 사연이 있겠지만 언론이 이끄는 분위기와 그에 호도된 여론의 양상은 언제나 비슷한 코드를 유지한다. ‘또 다시 인재,안전불감증이 대형 사고를 일으켰습니다.’라고 시작하는 뉴스 첫 머리는 언제봐도 지겹고 알면서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다. 언론은 언제나 사건의 원인을 지적하고 더 많은 이슈를 일으킬 수 있게 사건을 끌고 간다. 희생자 본인과 희생자 가족에 대해 보도하여 여론이 늦장 대응이나 사건의 주요 원인요소들을 비판하게 만든다. 그러다가 기사수명이 다하면 점차 해당 뉴스송출 시간이 줄어들고 순서는 중간으로 밀린다. 신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마침내 보상관련 문제나 사건의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또다시 기사를 재생산해내어 ‘희생자 유가족이 과한 보상을 받는거 아닌가.’,’희생자 유가족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닌가.’,’이제는 지겹다’라는 여론을 이끌어낸다. 

이 부분을 영화 ‘터널’은 매섭거나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집중해서 보다보면 장관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는 것만큼이나 언론에 대한 이런 풍자가 많이 담겨있다. 특히 세월호에서도 반복됐듯 구조 인원이 부상,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하면 여론의 완벽하게 뒤집어지기 시작한다. 도망,구조,생존,사랑은 언제나 재난 영화의 좋은 소재임에 틀림없으나 그것은 영화 속에서만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터널에서는 구조현장에서 다양한 사건들로 하여금 돈과 갇혀있는 한 생명의 가치, 혹은 밖에서 구조활동을 하는 한 생명의 가치와 안에 갇혀있는 한 사람의 가치를 저울로 재보려하는 우리, 언론의 놀랍도록 무서운, 차가운 이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터널은 국내 재난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생각해볼 거리를 관객에게 많이 던져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 영화를 보고나면 당연히 이 영화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평을 보고 싶어진다. 그의 옆태, 등 연기는 영화를 보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 배두나의 연기도 좋았다. 점점 더 깊이 있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하는 것 같다.

+++) 이제는 주연급 천만배우인 오달수 씨의 연기는 손발이 오그라들 수 있는 부분도 나름 스무스하게 넘어갔다. 암살의 하정우+오달수 조합을 여기서 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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