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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Review] 부산행

#부산행
이 영화만큼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최근 한국 영화가 있었을까? 본래 좀비물 자체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장르지만 부산행은 개봉 전 부터 대놓고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좀비물이라는 홍보를 때렸고 이 영화를 보러 온 사람도 좀비물을 기대하고 왔을터.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점은 평면적인 인물 설정과 과도한 신파극에 있었다. 애니메이션 감독이 실제 영화를 만들게 되면 생기는 괴리감이라고 해야할까. 분명 이 영화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해본다면 회상씬이나 각종 신파씬,농담씬이 그렇게까지 오글거리는 장면이었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부족한 모습이 많다. 아버지가 된 공유는 어색했고, 아역의 연기는 최근 많은 아역들이 보여준 연기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소희의 연기는… 다들 극장에서 웃음이 나는 부분이니 더 할 말이 없다. 

전체적인 영화의 플롯은 좋다. 영화는 서울에서 의문의 화재 및 난동이 일어난 가운데 부산행으로 가는 KTX 안에서 정체모를 좀비와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참 실패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전염이 되는 기동성이 좋은 좀비, KTX라는 열차 칸으로 분리된 공간, 한국인, 거짓으로 국민들을 안정시키려는 무능한 정부 까지 이 영화에서 사용되는 소재들은 정말 한국형 좀비 영화에 딱 어울리는 매력적인 아이템들로 가득차있다. 일단 차례차례 좀비부터 살펴보자. 로메오의 영화부터 이어진 수 많은 좀비 설정은 사실 그 오래된 시간만큼이나 변형된 형태가 많다. 느린 좀비, 빠른 좀비 다양하게 있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좀비, 아무 생각없이 철저히 배를 채우기 위해 움직이는 좀비가 있다. 물렸을 때 전염이 바로되는 설정도 있고 물리고 물린 부위를 자르면 전염은 안되는 설정까지 워낙 다양한 설정이 있기에 좀비 영화를 만들기로 했으면 분명 차용한 설정이 있을터. 부산행은 빠르고 신속하게 전염이 되며 폭력성을 띄는 좀비다. 또한 시각과 청각이 발달되어 어둠 속에서는 공격을 하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두 번째, KTX라는 밀폐된 공간은 이 좀비 전염이 쉽고 빠르게, 그리고 방향성을 가지면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무대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그랬듯 이 열차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 생존을 위해 무리를 형성하고 살고자 하는 무리는 게임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듯 각 칸을 넘어가야한다. 하지만 설국열차에 비해 구도가 단순하다. 배우 김의성이 연기한 고속버스 회사 이사?가 자신만 살아남으려는 이기적인 캐릭터로 등장해 남은 사람들을 선동한다. 하지만 그를 너무 한 없이 악한 캐릭터로 그려넣었다. 워킹 데드에서 봤든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선과 악, 생존과 감염 혹은 죽음은 그리 쉽게 반으로 뚝딱 가를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이 좁은 나라에 다양한 지역색이 존재하고 고도의 성장으로 인한 이기주의, 성과주의 등이 가득한 한국인들을 상대로 좀비물을 만들었다면 다분히 고도로 정치적인 인간관계가 들어가는게 어울렸을 것이다. 부산행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매우 옅게 드러난다.

영화 속에서 무능한 정부를 풍자하기도 한다. 정부가 세월호, 메르스 때 반복했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혹은 더 멀린 6.25 때 국민을 속인 것도 모자라 국민을 방패로 쓰고 도망간 국부가 생각나는 부분이 더러 있어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약하지만 여전히 비판적인 칼날을 드러내고 있다. 

여러모로 참 아쉽다. 많은 제작비와 인원, 그리고 흥행배우들을 투입하고도 이 정도 영화가 나왔다는건. 더 나았을 여력이 있어서 더 아쉽다. 그래도 이 영화를 보고 ‘서울행’ 애니메이션을 기대하게 되는 건 아무래도 한국 영화판에서는 찾기 힘들다는 매력적인 좀비물을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은 ‘부산행’ 때문이다.

+) 무대인사를 보러가서 로맨스물에서만 봤던 정유미도 봤고 공유도 볼 수 있었다. 공유의 팬들은 매우 싫어했지만 공유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 다음에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나았을 때 어떤 사회를, 어떤 세상을 보여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선택했다고 했다. 부산행 영화 중 그 어떤 대사보다도 강렬한 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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