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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6년 전

매년 그렇듯 5월은 참 푸르고 대학가에서는 젊음이 넘치는 축제가 한창이다. 

그날은 축제 마지막날이었고 쓰디쓴 소주를 2000원에 사먹으며 쓰디쓴 젊음을 삼켰다.

그렇게 언제였는지도 기억못하는 새벽에 집에 기어들어와 쇼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아침 몇 시였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술취한 아들 해장국을 끓여주시던 어머니가 짧은 탄성을 지어냈다.

대통령이 죽었다.

그것도 자살로.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치 방금까지 가지고 있던 숙취와 졸음이 어리광이었던 것처럼 싹 가셨다.

바로 쇼파 앞에 있던 티비로 달려가 뉴스를 틀었다.

거기엔 내가 태어나고는 한번도 목격할 수 없었던 한국현대사와 정치사의 큰 지각변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후 그의 집권 초반부터 그를 정치적으로 인격적으로 모독했던 언론은 그의 굴곡많은 인생사를 찬양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따지고 들었던 뉴스는 그의 말이 적힌 자서전을 인용해 그의 꿈을 보여주었다.

못잡아먹어 안달이었던 사람들처럼 굴었던 사람들은 그를 종교처럼 떠받드는 사람들로 바뀌었다.

모든 일에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로 귀결되던 그 시절이

나는 참 부끄럽다. 나는 뭣도 모르는 학생이었고 나도 어른들이 하는 그 말을 따라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에 입시를 치루고 대학에 들어와서 2번의 새로운 대통령을 보고나서야

채소값 오르는 것도 대통령 탓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대한민국에 몇 년 없었다는 사실도 그 땐 몰랐다.


완전 무결한 도덕적인 인물도 아니고 정치적 능력이 뛰어났던 대통령도 아니었다.

하지만 진짜 사람같은, 그리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위해 바닥부터 올라와 대통령이 된

국민의 대표로 내세워도 될 만한 대통령은

내가 그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그렇게 스러져갔다.


그가 꿈꿨던 모든 가치가 밟혀 사라지고

어린 아이들이 그의 사진을 합성하며 고인을 모욕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그런 대통령이 앞으로 나올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 그의 사진을 올리고 싶었지만 구글에서만 당장 노무현을 검색해봐도 ㅇㅂ사이트에서 합성한 사진이 많아 어떤 사진도 함부로 올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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