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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이번 총선에 관하여

이번 총선은 결국 새누리당의 완벽한 승리로 끝이났다.
혹자는 이 선거의 책임은 문재인대표라며 비판하거나
혹은 정동영의 재등장 때문이라며 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이런 갈등자체가 야당이 왜 전패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인터넷에서는 국민 수준 드립까지 나오지만 늘 진보진영에 있어왔던 계몽주의자들에 불과하다. 
일제강점기 때나 먹히던 '무지한 너희들을 내가 일깨우겠다’ 라는 생각의 계몽적인 접근을 현대 정치판에서 
선보인다면 먹혀들지 않을 뿐더러 많은 이들의 반감을 사기 딱 좋다.

반면 새누리당은 새정연(새민련, 사실 줄임말도 여러개라 통합이 필요할듯 싶다)이 민주당으로부터 이뤄내지 못한 변화를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완벽하게 이뤄냈다.

조동원 홍보전략가의 큰 밑그림과, 로고, 당의 이미지 등을 디테일하게 다듬어 할아버지 냄새나는 정당을 세련된 이미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진보진영에서 쓰는 키워드, 경제 민주화, 반값등록금 등 어차피 실현하지 못할 키워드를 이미지메이킹하는데 남발하고 있다. 
저번 대선과 총선에서는 도와달라, 믿어달라는 진보진영의 수단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야당은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비노/친노의 대립, 안철수의 등장과 몰락, 정동영,천정배의 독립. 유난히 조용한 날 없었고 선거에서 승리한적도 없었다. 
전쟁에 끌고 나갔으면 필패할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물론 이번 성완종리스트 사건과 원내대표였던 총리의 비리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터졌음에도 표심이 미동도 안한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결국 비리와 청렴에 대해서는 거기서 거기라는 의식이 만연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늘 고결하고 청렴할 것 같은 이미지를 내세우는 진보진영에게 국민들은 불공평하게도 새누리당에게 적용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윤리적 기대를 걸고 있다. 야당의 미진한 정치적 공세도 한몫 단단히 했을 것이다. 박근혜정부 3년간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사고, 일들을 잘만 끌고 갔다면 탄핵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 특검 도입을 외치다가 이슈가 묻혀 ‘첨예한 대립’이라는 단어로 사이좋게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무엇을 느꼈겠는가?

완벽한 쇄신과 강력한 이미지 메이킹, 현대식 정당의 모습을 만들지 않는 이상 새정연의 미래는 밝지 않다. 새누리당이 수구꼴통이고 비리가 만연하니 새정연을 뽑으라는 말은 논리적으로 아무런 타당성을 얻지못한다. 짜장면도, 짬뽕도 맛없는 중국집이라면 당연히 다른곳에 가는게 상식아닌가? 무엇보다도 국민들은 새정연의 미래만큼이나 밝지 못한 국가의 미래를 새정연에 맡길 ‘무지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정치에서 진보진영이 얼마나 그릇된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느냐가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안티 담론에 의해 움직이다간 결코 긍정적인 이미지의 틀 안으로 진입할 수 없다. 그런데도 진보진영은 도덕의 황폐화를 부르짖고 세상이 당장 망할 것처럼 시일야방성대곡을 목놓아 불렀다. 유동적인 중간층은 서슬 퍼런 진보진영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어진다. 도무지 안정적인 비전을 제시할 그룹으로 비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보수진영에선 진보진영의 언어를 가져다가 잘 활용했다.
….

진보진영의 선동가와 계몽주의자들은 스스로 판 무덤 속에 기어들어갔다.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면 보다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대중에게 꾸준히 진실을 알리고 보수진영의 부조리를 밝힘으로써 마침내 상식이 통하게 될 것이라 낙관하는 자세는 금물이다. 그 진실은 진보진영에게만 들리는 진실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틀에 의해 판단한다. 이 틀은 그들의 세계관이고 가치관이다. 이 가치관은 주머니사정과 별개로 작동한다. 상식을 운운하면 반감만 산다. 보수진영의 움직에 일일이 대응하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가져가다간 결코 집권할 수 없다.
…."

- <버티는 삶에 관하여 >, 허지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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