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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일본 미스터리 ‘이상한 AI’ /우케츠

어렸을 때는 인터넷이나 잡지 등에 실린 미스테리 이야기 읽는 것을 좋아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틈 나면 그런 이야기들을 읽고는 했지만, 어렸을 때 느꼈던 그 감성은 많이 옅어졌다. 미스테리 소설, 미스테리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비현실적인, 혹은 허무맹랑한 요소들이 이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인 동시에 장애요소다. 읽는 내내 이 이야기의 비현실성이 몰입을 방해할 만큼 내가 너무 현실적인 어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상을 둘러보라. 어느 곳이나 CCTV가 있고 사람들은 365일, 24시간 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항상 손에 쥐고 다닌다. 수상하거나 음침한 미스테리가 서있을 곳이 없어보인다. 그럼에도 이 장르가 살아남고 있는 것은 신기하다. 미스테리 이야기가 주는 어떤 그 묘한 감정이 특정 취향을 가진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재미를 주는 것이 분명하다.

이제 세상은 AI가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만들어낸다. AI가 사람처럼 무언가를 생성해내는 그런 세상이 왔다. 기술의 놀라운 발전에 ‘미스테리’는 기술이라는 햇빛이 닿지 못하는 음지로, 반기술적이고, 비문명이 만들어낸 그림자 어딘가로 숨어야할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나에겐 더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나오는 미스테리 소설에서는 등장인물들을 기술에서 멀어지게 만들고자 ‘고립’을 택한다. 사람들이 휴대폰도 안터지는 산과 바다에 고립되어 세상과 분리된 조건에서 발생하는 이야기. 모든 것을 명백하게 만드는 기술과 멀어져야 우리는 뭔지 모를 두려움과 궁금한 미스테리가 생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이 일본 호러 미스터리 이야기를 만났다. (링크된 블로그는 번역을 원작과 호러-미스테리한 느낌을 잘 살린 번역이 담긴 블로그다.)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bladesoul12&logNo=223105318425&categoryNo=19&parentCategoryNo=0&viewDate=&currentPage=1&postListTopCurrentPage=1&from=postList&userTopListOpen=true&userTopListCount=5&userTopListManageOpen=false&userTopListCurrentPage=1 

 

[번역][과학 호러 미스터리] 이상한 AI / 우케츠

원문 【科学ホラーミステリー】変なAI 내용 주의 가정 폭력, 자살 우선 이미지 한 장을 보도록 하자. 이...

blog.naver.com

이 이야기에서는 등장인물들을 기술에서 분리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유행이라는 ChatGPT와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미드저니와 DALL-E와 같은 최신 AI 서비스들을 이야기하면서 생성형AI를 이야기의 중요한 장치로 사용한다. 뒷통수가 얼얼해진다. 가장 발전된 기술을 이용해서도 사람들을 소름돋게, 오싹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이야기와 감정은 등장인물인 사람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수 백년 전 사람들이 봤을 때는 1980년대나 1990년대도 이미 미신과 귀신은 없어져야할 충분히 고도로 발전한 기술 사회다. 사람들은 그런 배경에서도 최신 기술과 엮인 수 많은 미스테리(지하철과 엮인 이야기, 고속도로와 엮인 이야기, 휴대폰 통화로 만들어내는 공포, 티비에서 기어나오는 귀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무서운 이야기 등)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2023년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나오는 엄청난 기술들과 미래에 인류가 우주로 나아간 시대에도 인간이 모르는 것은 여전히 너무 많고, 미스테리는 그 ‘무지’로부터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아무리 벌초를 해도 성묘 때마다 허리까지 올라오는 잡초들처럼, 발전된 기술이 인류를 조금 더 계몽시킨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의 무지 아래에서 미스테리라는 잡초는 조금씩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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