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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이과장의 헬테크

살면서 공단이라는 곳에 가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대부분 높게 뻗은 빌딩이 모여있는 도시 속 깔끔하고 멋진 사무실에 직장을 얻어 일할 것으로 상상한다. 사실 그 밖의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해보기란 우리가 가진 상상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취업이 어려워서, 당장 일할 거리가 부족해 ‘공단’으로 향한다. 공단에는 그 특유의 냄새가 있다. 쇠 냄새와 뭔지 모를 화학 부유물들이 만들어낸 것 같은 냄새를 맡는 순간, 이 곳에 있으면 위험하다는 경고가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지금도 고객사를 만나러 갈 때면 전국에 있는 공단 지역을 간다. 안산, 인천, 마산, 천안, 동탄 등으로.. 나는 10년 전에 이 공단들에 절박한 취업생의 입장으로 찾아갔었다. 무서운 건 10년이면 도시에서는 빌딩이 하나 사라졌다가 새로 지어지는데 충분한 시간이고, 지하철 역이 생기거나, 논밭이 도시가 되는데 충분한 시간임에도 공단에서 10년의 시간은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무채색 회색 건물들과 가건물 같은 외벽은 무심하게도 그대로인데 바뀌는 건 사람 혹은 회사 간판 뿐이다. 사람 한 명 걸어다니지 않는 공단 아스팔트 길을 뜨거운 태양과 함께 걷다보면, 나의 젊음이 아스팔트에 녹아 붙어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중소기업 모두까기, 일상 브이로그, 중소기업 탐방 등의 컨텐츠로 구독자와 유명세를 얻은 이과장님 유튜브 채널에서 좋좋소라는 대박 컨텐츠를 만들고 난 이후 새로운 소재와 인물, 이야기로 새로운 중소기업 드라마 ‘헬테크’를 공개했다. 좋좋소 드라마는 시즌1의 흥행으로 많은 곳에서 투자를 받을 수도 있었고 왓챠 공급과 PPL 지원 등 유튜버들이 모여 만든 웹드라마로는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과장님은 좋좋소의 후속작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전부터 이과장님 컨텐츠를 즐겨보았다면 첫 두 화의 내용과 배경, 인물들이 어딘가 익숙할 것이다. K 좋소기업 사연으로 보내준 내용들이 주로 나온다. 중소 테크 제조 기업을 조금이라도 맛봤다면 등골이 서늘해질 공단 특유의 냄새를 현실적으로 살려냈다. 좋좋소가 가지고 있는 판타지나 밝은 기운은 걷어내고 더 어두워진 이과장님의 표정 연기를 보면 ‘아 이 드라마는 가볍게 볼 수만은 없구나’라는 현실의 무거운 감각이 느껴진다. 아직까지는 인물들의 입체적인 모습을 보지 못했고, 이야기 전개의 극초반이라 드라마를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과장님의 새로운 도전인 ‘헬테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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