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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클럽하우스 잠깐 사용기


“단지 그 사이로 잊힌 자선가들이며, 또는 영원히 청동 속에 갇혀버린 그 옛날의 위인들의 초상만이 돌이나 쇠로 된 그 인공의 얼굴을 가지고 한때는 인간이었던 것들의 몰락한 모습을 일깨워주려 하고 있었다. 그 볼품없는 우상들은 답답한 하늘 아래 숨을 거둔 네거리에 군림하고 있었는데, 그 투박스럽고 무감각한 모습들은 우리가 발을 들여놓은 요지부동의 시대, 또는 적어도 그 마지막 질서, 곧 페스트와 돌덩어리와 밤으로 해서 모든 음성이 침묵으로 돌아갔을 무렵의 지하 묘지의 질서를 제법 잘 드러내고 있었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 

모든 사람의 일상에 충격을 준 코로나19가 사람들을 고립시킨지 1년이 지났다. 일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혹은 일을 하는 시간조차 집에서 보내면서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을까?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가족과 같이 살지 않는 사람들은 SNS나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OTT서비스에 투자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재밌고 화려한 눈요기 거리를 본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같은 종교, 같은 신화, 같은 법과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연결이 필요하다.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누군가에 대한 뒷담화를 나누거나, 유행과 뉴스에 대한 공감을 하거나, 날씨와 근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사람이다. 아주 원시적인 인류에서부터 시작된 이 근본적인 사회적 본능이 코로나19로 억압된지도 1년이 넘게 지났다. 이제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밥이라도 먹자’라는 지키지 못할 기약없는 약속을 하며, 카카오톡 문자로, 짧은 통화로, 인스타그램 사진으로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한 것이 당연하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직장 이야기도 나누고, 과거 이야기도 나누고, 동호회 사람들과 취미를 나누고,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끼리 회식을 하면서 업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과 장소도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였을까? 기존 SNS와 다른 단체 음성 대화 기반 ‘클럽하우스’앱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엘런 머스크를 필두로 유명 인사들이 시작을 하면서 유명 인사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노홍철이나, 김동완, 바다 등 연예인들과 권도균 같은 스타트업 구루, 스타트업 CEO들이 참가하면서 급격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물론 논란이 되는 부분도 있다. 현재는 아이폰에서만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초대장을 통해 가입 승인이 되거나, 이미 클럽하우스 회원인 지인을 초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을 통해 ‘소통의 권력화’라는 말까지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가입해서 사용해보면 그런 권력화까지는 느껴지지 않고, 방마다 워낙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어느 방에 들어가냐에 따라 소통의 장벽 높이는 제각각이다.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스타트업 방에서는 이야기 나눌 것이 없고, 디자인과 개발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방에서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경청’ 밖에 없다. 이것이 소통의 권력화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전문적 소통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주제가 일상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처음 들어가는 방에서 모더레이터와 하하호호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는 불가능해보인다. 몇몇 자유토크 방에서 느껴지는 이너써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말솜씨 뿐만 아니라 친목 도모도 필요해보이고. 경청만 하는 입장에서는 아마추어적인 라디오를 듣는 신선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잘 기획되고 정돈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팟캐스트나 라디오를 듣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문제는 소통의 장벽이 아니다. 클럽하우스가 큰 인기를 얻자마자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유사한 서비스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과 아이폰 화면 녹화로 대화가 녹음될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쟁점이다. 클럽하우스 또한 페이스북과 트위터처럼 비휘발적인 SNS로, 누군가 클럽하우스에서 꺼낸 한 마디가 다음날 뉴스기사에 교묘히 편집되어 들어가는 날도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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