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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어느 희극인의 죽음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고, 감정적으로 알 지 못하는 이의 죽음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부피를 가지고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 어느 순간 사라진다고 생각해보면, 다른 차원으로 빨려들어간 것 마냥 그 공간은 원래 빈 공간 보다 더 텅 빈 공간이 되어버린다.

 

TV에 나와서 우리에게 웃음과 긍정에너지를 주던 희극인이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생일을 몇 시간 앞두고.

 

그녀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본 건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청을 갔을 때였다. 특유의 밝은 미소와 목소리, 그리고 자조적으로 보일정도로 겸손한 개그와 태도로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었다. 방청객들의 돌발적인 발언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그녀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로 단련이 되었을까 생각해본적이 있었다. 얼마전 유퀴즈 프로그램에서 곧 이사를 간다면서 독립을 한다던 그녀는 더 먼 곳으로 떠났다. 어떤 아픔과 슬픔, 절망이 있었을지 남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밝은 그녀가 절망할 정도의 무거운 짐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마저 무겁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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