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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어느 공대생의 취업도전 후기 2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오르막길 끝은 가늠이 안된다.

‘어느 공대생의 취업도전 후기 1편’을 블로그에 올린지도 2년이 지났다. 2편과 3편까지 생각하고 글을 썼지만 1편에 힘을 너무 많이 준 탓인지 2편을 못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한 글을 긴 호흡으로 쓴지도 오래되서 1편처럼 글이 쉽게 써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취업이라는 목표에 모든걸 쏟아부었던 그 시간들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진 것도 있다. ‘어느 공대생의 취업도전 후기 1편’이 이 블로그에서 아직도 조회수 Top3안에 들어오는 걸 보고 언젠가 2편을 써야지라고 마음 속으로만 되내였다. 그럼에도 다시 글을 이어가는 이유는 아직도 많은 분들이 2년 전에 올린 글을 보고, 댓글을 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치열했고 간절했던 그 시절을 잊지말자는 스스로의 다짐과도 같다.

최근 개인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취업을 준비하면서 끝없이 자소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다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1편은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해서 한숨돌린 심정으로 후기를 남겼다면, 2편은 좀 더 절박했던 그 때의 기억을 담아보려고 한다.

4학년 2학기가 끝나고 12월부터 무슨 정신으로 살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의 취업 합격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하면서 멘탈이 많이 흔들렸다. 특히 동기를 비롯해, 후배들의 취업 소식마저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1편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하반기 채용 시장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많은 서류 합격, 면접을 봤다고 나름 이 정도면 괜찮지않나’ 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취업이란 결국 '합격'이라는 두 글자가 필요하다. 취업준비생이 어떤 과정으로, 얼마나 열심히, 잘했는지와 상관없이 취업시장에는 채용합격자와 채용탈락자 두 분류 밖에 없다. 후배들과 동기들 중에는 단 하나의 서류합격, 단 한 번의 면접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걸 보면 정말 특정 대기업이 선호 사람은 정해져있는 걸까?라는 답 없는 의문만 생긴다.

12월 중순, 4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기 전에 대부분 기업들에서 불합격 소식을 알려줬다. 많은 기대를 했던 현대모비스도 12월 말, 크리스마스를 얼마 안남기고 불합격 문자를 받았다.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더 이상 다닐 학교도 없고, 이름 위에 아무 소속도 없이 사회로 덜렁 밀려나온 것이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유치원을 다니면서부터 시작했던 20년 동안 집단에 속해있는다. 그러다 대학교 4학년 2학기가 끝나면 소속이라는 것이 완전히 사라진다. 중간고사나 과제 같이 어떤 집단이 내게 더 이상 요구하는 것도, 성적이나 수업 같이 내가 무언가 받을 수 있는 것도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래서 12월, 모든 것이 불합격으로 끝난 순간, 나는 어쩔 수 없이 소속에 속하기 위해서 단순 일자리를 알아봤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선거관리위원회’ 4개월 계약직자리가 있었다. 말은 계약직이지만 사실상 아르바이트였다. 덕분에 누군가 '너 요즘 뭐해?'라고 물었을 때, 그래도 일을 하고 있다는 변명을 내두를 수 있게 되었다.

9-5 출퇴근을 지키다보니, 확실히 따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덕분에 규칙적인 생활과 좀 더 높은 집중도와 효율성을 가져갈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게다가 졸업 연기를 하기는 했지만, 아무 소속이 없는 상태에서 집에서 주는 용돈만으로 살아가는 것은 꽤나 눈치보이는 일이었다. 취업준비를 하다보면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때도, 혹은 훌쩍 떠나고 싶을 때도 있고, 문제집을 사거나 인터넷 자료를 구매해서 봐야할 때도 있는데 부모님에게 나오는 용돈만 바라보고 있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다시 상반기 채용을 시작할 때까지 취업준비라는 명목으로 마냥 하루종일 도서관에 있을 수 없었다. 그러므로 반드시 집 밖에서 하는 활동, 알바 하나정도 하는 것을 추천한다.

 

  1. 다시 서류

 

서류에는 자신이 있었기에, 4학년 2학기에 합격했던 자소서 위주로, 여러 변형들을 만들어놓았다. 한 가지 에피소드로도 여러 답변에 알맞은 답이 될 수 있게 다양한 타입의 문장을 만들어두었기에 편리하게 서류를 작성할 수도 있었다. 지난번 채용에서 서류 합격은 했지만, 면접에서 떨어진 자소서를 그대로 다시 쓰면 합격하는지 문의하는 취준생들이 많은데, 내 경험으로는 다시 서류전형을 패스한 적이 없다. 서류를 다르게 써도 서류전형은 통과하지 못한다. 언제나 예외는 있겠지만, 한 번이라도 면접에서 떨어진 곳은 어느정도 심적으로 접어두는 게 맞는 듯 싶다. 작년 하반기 채용에서 모두 떨어졌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의 인성과 적성이 엔지니어에 맞지 않는 건 아닐까?라는 아주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이번 상반기 때는 엔지니어 직무만 이외에도 기술 영업, 혹은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기획업무에도 모두 지원을 해보았다. 더이상 높은 목표만 바라보고 있을만큼 시간이 남지 않았다. 1년을 오로지 취업준비만 한다면, 가장 빛나는 20대 중 1년을 또다시 우울하고 어둡게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기회비용이라는 것도 생각해야한다. 4학년 2학기 때 합격통지를 준 대덕전자를 다녔더라면 1년동안 모았을 돈은 고스란히 '취준 기회비용'이기 때문이다.

 

   2. 다시 인적성

 

HMAT과 SSAT는 서류 합격 후 1~2주 기간 동안 문제집을 집중해서 푸는 것으로 전략을 삼았다. 이전에도 말했듯 인적성 검사는 하루에 4시간 가까이 몰입해서 시험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반드시 실제 시험과 동일하게 문제집을 푸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두 문제씩 나눠 푸는 것은 문제 구조를 익히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실제 시험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스스로 객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독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인적성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최대한 빨리 책을 집어들어야한다. 아니면 수능 언어영역 문제를 푸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텍스트를 빠르게 읽되, 단 한 번의 문장 스캔으로 문장을 이해하는 습관을 가져야한다. 한 문장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다시 읽는 것은 매우 타이트한 시간 제한 안에서 독해와 이해를 요하는 인적성 검사에서는 큰 핸디캡이다. 수능 언어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인적성 검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이 나이에 수능 문제는 무슨..' 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된다. 가장 최근 수능 언어를 인쇄해서 풀어보면, 내가 얼마나 독해력과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인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다. 운이 좋게도 LS산전을 제외한 나머지 인적성 시험은 합격할 수 있었다.

 

  3. 그리고 다시 면접..

 

지난 번 취업 준비 때 매번 막혔던 면접 관문을 어떻게 뚫어야할지 전략을 세우는게 중요했다. 일단은 면접관들 앞에서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하거나, 비논리적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지난 면접 때, 생각보다 당황스러운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현대모비스 같은 경우에는 '국내 공장 위치와 수'를 물어본 적이 있다. 이 경우에는 사실 미리 조사하지 않았으면 답할 수 없기 때문에, 면접 보기 전 회사의 공장 위치나 숫자 등을 스치듯 챙겨보는 방법 밖에 없다. 그 외에 '인턴을 한 곳에서 왜 일을 하지 않았는지, 그 곳의 일하는 수준은 어떻다고 생각하는지'라는 질문에 당황한 점. 그리고 2~3년 전에 들었던 전공 과목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도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작년에는 못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간절해서였을까, 친하지 않은 친구들이나, 선배들한테 연락해서 면접 기출이나 직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물어보게 되었다. 지원한 회사, 직무에 아는 사람이 없다면 건너건너서라도 자료를 받으려고 노력했고, 그렇게 해서도 아무런 정보가 없는 경우에는 취업사이트에서 결제를 해서 자료를 받아보거나 강의를 듣기도 했다. 강의는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취업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은 나름 유용하게 사용했다. 취업강의를 돈주고 사서 듣는 것보다는 오히려 유튜브나 인터넷에 해당회사에 대해서 최대한 많이 검색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 상장한 회사라면 주식 관련 애널리스트들이 매우 상세하게, 마치 그 회사에 다니고 있는 현직자처럼 자세한 자료와 근황을 알려주기 때문에 그런 쪽 소스를 이용하는 것도 회사와 직무 파악에 큰 도움이 된다.

상반기 취준에는 엔지니어 직무 뿐만 아니라 영업직무, 혹은 완전 새로운 분야 'Yes24'에도 지원을 해서 면접을 보게되었다. 그러다보니 엔지니어적인 역량 이외에도 새롭게 지원하게된 직무에 대해 공부해야했고, 합격하게 된다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커리어를 꾸려갈지 미리 상상해볼 필요가 있었다.

졸업연기 4학년 3학기에 서류 붙은 회사는 10군데 정도였고 면접도 그 정도 봤다. 결과적으로 최종 합격은 두 군데만 받았다. 현대파워텍 인턴과 도쿄일렉트론. 현대파워텍은 정규 채용과 동일한 정도의 인적성, 치열한 면접과, 영어 면접을 보고 합격을 했고 도쿄일렉트론은 면접을 망쳤다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합격통보가 왔다. 충북 서산에서 이미 현대파워텍 인턴을 하고 있던 도중 도쿄일렉트론 합격통보를 받았는데, 정말 온갖 생각이 들었다. 인턴 과정 중에서도 내가 나이가 좀 있는 편에 속했고 몇몇 인원들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정규직 합격소식에 짐을 싸고 서울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여기 남아서 하반기 정규직전환에 집중해야할지, 아니면 이미 붙은 반도체 장비회사에 가야할지 고민이었다. 1년만 더 젊었다면 작년 대덕전자 인턴 때처럼 걱정없이 지방 인턴생활과 하반기 취준을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 취준기간이 길어질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기회비용은 커져만 가니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는 도쿄일렉트론 입사를 포기했다. 장비회사 면접은 어플라이드머테리얼코리아와 도쿄일렉트론코리아 두 군데 모두 봤는데, 공통적으로 나오는 질문이 '잠을 얼마 못 잘 수도 있다. 혹은 회사에 큰 일이 터졌는데 개인적인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건가?'라는 질문이었다. 의례적으로 하는 질문일수도 있지만, 다른 회사 면접에서는 물어보지 않는 질문 속에 그곳에서 일하면 어떤 일을 맞딱드리게될지 상상해볼 수는 있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현대파워텍 인턴 정규직 전환에 집중하면서 또다시 하반기, 횟수로는 세 번째 취준을 준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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