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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부동산 폭등에 대한 단상

최근 몇 달간 집을 구매할 때 치뤄야하는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 서울에서 4인 가족이 살만한 다가구 주택의 최저 전세자금이 1억 미만이었던 걸 생각해본다면, 지금 4명 가족이 서울에서 보내기 위한 5~6억 전세 비용은 20년간 10배의 집값 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집값 상승은 예고된 결과였다. 그 결과, 집 값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였고 30~40대는 패닉 바잉을 하기 시작했다. 주식에서는 상승하는 주식을 따라 구매하는 추격매수를 구매자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 결과라고 이야기 하지만, 현재 부동산에서 발생하고 있는 추격매수는 30,40대 영끌이라는 신조어로 표현되고 있다.

 

아직 집을 구매하기 이르 나이지만, 집과 부동산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주식의 추격매수는 순수한 자산불리기라는 욕심에서 비롯되지만, 내가 발 뻗고 누울 집을 추격매수하는 행위는 단순히 욕심에서 비롯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거주에 대한 욕망은 인간이 동굴 주변으로 어슬렁 거리던 수백 만 년 전부터 가지고 있던 본능과도 같은 욕망이고, 매슬로의 욕구 단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욕망이다. 따라서 이 추격 매수가 불러 일으키는 집 값 상승은 너무나도 뻔한 이야기이고, 이를 억누를 수 있는 정책이란 이들 욕망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공급 뿐이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매해 30년이 넘어가는 서울 내 아파트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고, 사람들이 정말 살고 싶어하는 아파트는 점점 더 줄어든다. 단순히 순간적인 아파트 공급만 늘려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많은 구조적, 시스템적,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왜 다 똑같이 생긴 성냥갑 아파트에만 그렇게 죽자고 살고 싶어하는지 고민해볼 문제다.

 

나도 사람인지라, 불안한 마음에 그나마 예산 안에 들어오는 오래된 아파트에 집을 보러 갔다. 8집이 한 복도에 나란히 서있는 복도식 아파트였다. 더운 여름날이었던 만큼 현관문을 닫지도 않고 모기장만 쳐놓고 있었다. 부동산 중개인도 없는 집 둘러보기에서, 세입자는 집을 담담하면서도 충실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낮은 층고와 족히 20년이 넘은 세월을 그대로 맞은 듯한 외양에, 오래되보이면서도 촌스러워보이는 벽지로 좁은 방들이 발라져 있었다. 여기서 행복한 3명, 혹은 4명의 가족이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이나, 희망은 떠오르지 않았다. 단순히 오랜 세월을 겪어서 생기는 집 분위기는 아닌듯 했다. 그럼에도 이 집이 내가 가진 자금으로는 턱걸이하듯 겨우 구매할 수 있는 집인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대출 줄이기 식의 거래를 틀어막는 정책적 제재는 결과적으로 출입문으로 향하는 길목을 좁혀 더 많은 사람들이 출입문이 굳게 닫히기 전에 들어오려는 피드백을 만들어낸다.

 

내가 누울 곳에 대한 걱정 때문에 몇 일 밤을 불안한 생각 속에 지냈다. 집 값 폭등론자나 폭락론자들은 각기 자신의 위치에서 각 주장을 뒷받침할 합리적인 근거를 들고와 서로 논쟁을 펼쳤다. 하지만 작년 이맘때, 내년엔 전세계를 휩쓸 전염병이 온다고 했으면 믿을 사람이 있었을까? 이미 너무 올라 내려갈 일밖에 안남았다고 했던 서울, 수도권 부동산이 많게는 두 배, 적게는 2~3억이 오른다고 말했으면 빚내서 아파트를 구매할 만큼 설득될 사람이 있었을까? 결국 분석은 예측에 불과하고 현실의 결과는 몇 개의 변수와 상수를 채운다고 답을 알 수 있는 방정식이 아니다. 그렇다면 과거가 되어버린 어제를 보면서 어떤 판단을 해야할까?라는 생각에,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고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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