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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Movie] 서치 Search 2018

국내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의 호의적인 입소문으로 흥행에 성공한 이 영화는 저예산, 짧은 촬영 기간(2주 남짓), 긴 편집 기간(1년 반 정도, 이 영화를 보고나서는 왜 이렇게 편집시간이 길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의 독특한 영화로 기존 국내에서 성공한 헐리웃 스타일의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오히려 그런 블록버스터와 비교하면 매우 조촐(?)한 규모의 영화다. 그럼에도 개봉 전부터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영화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부터 시작한다. 가족들끼리 일정을 공유하고, 사진을 저장하고 메모를 남기는 용도로 윈도우 데스크탑 PC를 사용한다. PC 한 대를 공유하면서 사용했던 예전의 기능들이다. 엄마가 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고 윈도우 PC는 가족의 오래된 사진첩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버지 데이빗과 딸 마고 킴은 기존 윈도우 PC 역할을 각자의 맥북으로 대체한다. 맥북의 Facetime, iMessage, SNS 등을 이용해 소통하는 점을 빼고도 기존에는 가족이 PC를 한 대 가지고 있던 것에서 개인 당 하나 씩 가지게 된 점도 시대적 변화를 담아냈다고 볼 수 있다. 


엄마 파멜라가 병투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행복했던 가족의 모습도, 단절된 두 부녀의 생활로 변한다. 딸 마고가 갑작스럽게 사라지고 나서야, 데이빗은 자신의 딸에 대해서 아는게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마고가 남기고 간 노트북을 열어서 친구들 연락처를 검색해보고 자신은 들어가보지 못했던 마고의 SNS에 접속해 자신은 알지 못했던 딸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무럭무럭 잘만 커간다고 생각했던 딸이 개인 SNS에 엄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표현하고 딸의 어둡고 외로운 모습을 보고 놀란다. 딸은 어디로 사라진걸까? 데이빗은 결국 마고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와이파이를 비롯한 통신망 아래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 하나,하나가 SNS, 메신져 프로그램에 기록이 남는다. 누구를 만났고, 어떤 곳에 가고,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조회가 가능하다. 데이빗은 각종 SNS와 온라인 서비스에 딸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마고의 실종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적해나간다. 딸을 찾으러 추격하는 활극 <테이큰>에 비하면 정적이고, 침착하다. 하지만 마주하는 진실은 더 복잡하게 엉켜있다. 경찰보다 앞서 흔적을 찾는 데이빗, 과연 그는 딸을 찾을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난 사람들이 맥북 홍보 영상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초반에는 윈도우 데스크탑을 가족들이 모두 공유해가면서 사용하는 모습이 나온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행복했던 가족,시절에 윈도우 데스크탑을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그 데스크탑을 통해 가족 사진, 일정, 동영상 공유하면서, PC 하나를 가족들이 모두 공유하며, 오프라인의 가족의 삶을 보조해주는 역할로 등장한다. 현재 시점에서는 데이빗과 딸 마고는 서로 각자의 아이맥과 맥북을 사용하면서 더이상 PC를 가족 공유의 도구로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침범하지 않는 Private한 도구로서 사용한다. 그리고 가족의 사진, 영상, 일정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회사, 친구들과 메신저로 소통하고, SNS를 통해 각색된 자신의 삶 일부를 공유하는데 사용한다. 정작 같은 집에서 사는 가족들끼리는 소통이 부족해진다.


두 번째로 의도적으로 영화 속 대부분의 사건은 맥북 화면 안에서 처리된다. 단 한번도 영화 속 인물들이 디스플레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독특한 구성이 답답하게도 느껴질 수 있었겠지만, 재치있는 대사와 배우들의 연기, 현장감있는 영화 전체 분위기에 몰입하게 되면서 서서히 다가오는 불안함으로 영화를 보는 동안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전자기기의 디스플레이에 비친 모습만 찍다보니(관객은 화면 속 화면 안의 인물들을 본다.) 스마트폰과 맥북을 가지고 다니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까지도 영화에 담기위해서 CCTV를 설치하는데, 흐름상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스크린 - 모니터(PC,모바일 등 전자기기) - 배우의 구조를 통해 관객이 배우를 직접 관찰할 수 없다는 점은 관객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디지털 시대라고 불릴만큼 우리는 모든 전자기기 속에 둘러쌓여 하루를 보낸다. 아침에 스마트폰 알람을 듣고 일어나고, 티비를 보면서 뉴스와 날씨를 접하고, 출근길에 스마트폰, 태블릿으로 뉴스, 유투브, 음악 등을 소비하기도 한다. 출근을 해서는 퇴근할 때까지 몇 시간동안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퇴근길도 스마트폰이고, 저녁에 집에 와서 하는 여가도 스마트폰 웹서핑,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우리는 일어나서 누울 때까지 전자기기가 몸에 하나씩은 붙어 있는 삶을 살아간다. 인터넷의 발전을 통해 지구 반대편의 뉴스소식을 바로 전해듣고,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지만, 온라인을 통해 대화하는 비중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줄어들었다. 자신의 진심을 누군가에 털어놓기보다는 Private한 SNS 계정을 만들어 그곳에서 익명의 사람들에게 익명의 자신을 표출하기도 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진실과 거짓, 물리적 가까움과 심리적 거리는 더 이상 예전처럼 비례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대화가 없이 스마트폰을 들고, 오히려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과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익숙하다.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온라인에 대한 과잉 몰입과 가족간의 단절, SNS과 사생활이라는 문제를 적나라게 보여주면서 마고킴의 실종사건을 흥미롭게 풀어내 돋보였다. 


뻔한 영화에 질렸거나, 영화 자체에 실증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 불감증을 해소시켜줄 영화로 ’서치(Search)’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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