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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Movie] July 22



많은 테러, 혹은 실화 범죄를 다룬 영화를 보다보면, 정작 피해자들보다는 가해자가 마치 주인공처럼 나오는 이야기들이 많다. 언론과 여론의 시선은 피해자가 어렸을 적 가정환경이 어려웠고, 친구 관계는 어떠했지는 추적을 해나간다. 마치 범인이 그 사건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는 듯, 범인 대신 변명을 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많은 이들이 피해자에게는 그런 관심을 갖지 않는다. 범인 때문에 숨진 피해자들이 어떤 가정에서 자랐고, 친구 관계는 어떠했으며, 어떤 미래의 꿈을 꾸고 있었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관심도 갖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어떤 테러든, 테러리스트들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고 피해자들은 허무하게 쓰러질 수 밖에 없는 가장 흉약한 범죄 형태다.영화 <July 22>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대치를 통해서, 영화적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동시에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면서 문제의 ‘그 날’이 테러리스트의 목적이 달성된 날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이 상처를 입은 날이었음을 강조한다. 


AUF, 진보성향의 여름 캠프가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옆 Utoya 섬에서 열린다. 아이들을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웅변을 하고, 운동을 하면서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다. 같은 시각, 수상한 남자가 허름한 창고에서 폭탄을 제조하고 경찰복을 입고 총을 챙긴다. 영화가 시작되고 30분 내에 여태껏 어느 영화,게임에서도 보지못한 충격적인 테러 장면이 나온다. 도심 중심에서 발생한 총리관저 폭탄테러는 시작일뿐이었다. Lone wolf라는 ID를 사용하는 테러리스트 브레이빅(Anders Behring Breivik)은 폭탄테러로 노르웨이의 모든 이목이 도심을 쏠리길 원했다. 오슬로의 언론을 비롯한 모든 공권력이 참혹한 모습의 총리관저를 쳐다보고 있을 때, 브레이빅은 Utoya 섬으로 이동한다. 테러리스트는 경찰로 위장하여 Utoya 섬의 아이들을 안심시킨 뒤, 무자비한 총격을 가한다. 반항은 커녕 자신들이 왜 죽는지 원인도 모른채 아이들이 쓰러져 갔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피해자 중 한 명인 ‘빌라르’는 동생을 먼저 도망치게 하다가 무차별 총격에 쓰러진다. 확인 사살까지하는 치밀한 범인으로부터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팔과 다리, 시력도 잃었다. 범인은 뒤늦게 찾아온 경찰과 기동대에 저항을 하지도 않고 바로 투항을 한다. 그리고 체포되었지만 뻔뻔하게도 범행을 인정하고 오히려 범죄자에게도 보장된 인도적 권리를 찾아 누리기 시작한다. 피해자들을 죽일 때 피해자의 뼈가 튀어서 자신이 다쳤다며 치료를 요구하고, 형량을 낮추기 위한 방법도 찾는다. 법정에서는 나치식 인사를 하고 자신이 테러를 일으킨 성명서를 읽어 노르웨이 국민들의 공분을 산다. 연속된 두 번의 테러를 통해 수 백명이 부상을 당했고, 77명이 사망했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노르웨이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사망한 사건일 정도로 충격적인 테러였지만, 범인은 인권과 권리를 이용해 안전하게 지낸다. 많은 이들이 사회적 정의와 법이 이토록 무기력한지 분노한다. 반면 평범한 일상과, 팔다리, 시력을 읽은 빌라르는 법정에서 브레이빅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동네에 돌아가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7월 22일’은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빌라르’를 브레이빅(Anders Behring Breivik)의 대척점에 세워둔다. 영화의 시작부터, 의도적인 인물 배치를 통해 두 인물의 대조를 심화시킨다. 범인은 혼자 폭탄을 제조하고, 테러를 준비하면서,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와 교류도 없다. 테러 직전에는 연락처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이민자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담은 ‘성명서’를 보낸다반면 빌라르는 다양한 인종이 하나가 된  AUF 캠프에서 친구들과 어울려지내고, 동생을 잘 챙기는 아들이면서, 캠프에서 어떻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지 웅변을 한다. 시장에 도전하는 어머니를 포함해 화목한 가정에서 살면서, 자신의 동네에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동네를 발전시키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했다. 이 두 명은 사건 당일 날 Utoya에서 한 번 마주치고 법정에서 두 번째로 마주친다. Utoya 섬에서 브레이빅은 빌라르를 향해 총을 수 차례 쏜다. 빌라르는 그 총을 맞고 쓰러진다. 법정에서 브레이빅은 혐오와 차별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빌라르는 브레이빅을 보면서 사랑과 화합의 힘을 이야기한다. 

흥미로운 영화를 기대했다면, 오히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영화이기에 끝까지 보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 날의 ‘Attack’ 이후에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힘겹게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힘겨움을 볼 수 있지만, 그 것조차도 고요한 노르웨이의 자연풍경처럼 잔잔하게 그려나간다. 다시 돌아온 일상에 모든 것은 똑같지만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만 바뀌었다. 생존자, 그리고 생존자의 가족들은 모두 그 고통을 공유하면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목발을 짚고 한 발짝 씩 움직이듯 힘겹게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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