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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Review] 암호화폐 투자 체험기


전 국민이 6개월 전부터 귀가 닳도록 들었던 성공담들이 있다. 기존의 정상적인 자유시장 체제에서는 더 이상 나오기 힘들다고 여겨진 ‘신분상승’이라는 서민들의 꿈을 이뤄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단 돈 몇 만원에서 시작해서 몇 백억 수준으로 불어난 그 성공담들의 주인공들이 돈을 불린 키는 바로 암호화폐이다.
용어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왜 가상화폐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영어로도 Encrypt Coin로 암호화폐가 더 적당한 것 같지만 ‘가상화폐’라는 단어 사용으로 정말 아무것도 실체가 없는 허망한 것을 쫓는다는 느낌마저 들게 만드는 단어 프레임이다.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에 대한 몇 가지 글을 읽어보았지만 여전히 그 근본 이론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글이 기술적인 내용을 다루기 보다는 원론적인 블록체인 개념과 블록체인이 앞으로 어떻게 쓰일지 정도만 다루는 글을 대부분이라 기술적으로, SW 구조적으로 어떻게 이뤄져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공통적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원리는 블록을 형성하기 위해 연산이 필요하고 이 연산에 대한 보상으로 토큰이 나오는 방식이다. 이 토큰이 미래의 화폐 후보자로 떠오르면서 엄청난 가치 상승이 일어났다. 비트코인만해도 무서울 정도의 기세로 가격이 상승하였고 작년 말 1 BTC가  800만원, 1000만원, 1600만원을 지나 2600만원, 3000만원까지도 찍게 되었다. 1600만원까지 올랐다는 뉴스를 11월 쯤 보았으니 한달 정도만에 최대 두 배까지도 가격이 오른 셈이다. 작년에 코인판에 투자(투기?)한 사람들은 적어도 손해를 볼일이 없을정도로 상승장만 있었다. 거기에서 발생한 많은 성공사례가 메아리처럼 울려 더 많은 사람들이 코인판을 신분상승의 기회로 삼으며 그야말로 심각한 과열 상태를 보여주었다. 이 현상이 더욱 특이한 점은 암호화폐가 각광 받는 이유 중 하나인 전세계 어디서나 통용된다는 장점과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코프(코리안 프리미엄)’ 또는 ‘김프(김치 프리미엄)’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전세계 다른 국가와 암호화폐 가격을 비교해보면 30,40% 높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로 코프, 김프다. 심지어 특정 코인의 경우 해외 거래량을 모두 합쳐도 국내 거래량에 못미치는 경우도 있을정도로 대한민국은 암호화폐의 광풍 속으로 빠져있다.

2018년 1월.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암호화폐 투기에 대한 비판 방송을 예고했다. 때마침 정부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신규계좌 생성을 못하게 막아놓은 상태였다. 방송은 어쩌면 묶여있는 코인판에 결정타를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방송에서 암호화폐를 이용하여 단 돈 몇 만원으로 300억 가까이 돈을 벌었다는 20대 초반 남성의 인터뷰로 인해 방송에서 다루는 암호화폐에 대한 모든 비판이 매몰되었다. 심지어 인터뷰하는 사이에 30억을 벌었다는 인증에 시청자들은 인터뷰어의 동공 지진을 보았을 것이다. 이는 방송 후 기폭제가 되어 암호화폐의 거래량과 가격 모두를 올려주었다. 그리고 방송이 있던 저녁 (6일)부터 필자도 100만원을 가지고 암호화폐 판을 체험해보고자 하였다. 도대체 수 많은 사람들이 진짜로 그런 엄청난 수입을 어떻게 거두고 있는 것일까라는 호기심 반과 혹시나 하는 기대감 25%,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보다 심화적인 이해를 위한 것이 25% 정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1주일 만에 투자금 및 소소한 이익(4만원)을 거두고 104만원을 회수하였다. 먼저 돈을 넣을 때 우량 코인을 위주로 투자하였고 특히 각 코인 별로 가지고 있는 목적과 특성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미래가 밝아보이는 코인에 대해서 가치투자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코인을 구입하였다. 하지만 다음날 7일 오후에 100만원에 12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나니 소문처럼 몇 배가 튀어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만에 이런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구나하는 놀라움이 먼저 있었다. 딱 하루 12%의 수익을 보고 이후부터는 등락을 반복했다. 이익금이 10만원으로 감소한 뒤, 가치투자는 잊은 채 모든 코인을 팔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코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목적 자체는 이상적으로 보이는 스텔라 루멘과 이더리움에 좀 더 비중을 두었다. 하지만 스텔라루멘은 어떤 코인인지, 어떤 Meet up을 했는지 관계없이 하락장에는 미친듯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더리움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상승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암호화폐를 시작한지 딱 5일만에 가지고 있는 코인뿐만 아니라 거래소에 등재된 모든 코인들이 하락하는 차가운 하락장을 보여주었다. 이익금은 다시 4만원까지 줄어들었고 아무리 보아도 반등할 기미가 없는 차트 속에서 반등이 있을 때 익절/손절 후 코인판을 나왔다. 적어도 내가 들어갔던 1월 장에는 갑자기 말로만 듣던 30%가 오르는 그런 장은 없었다. 1월 이후에는 그런 전설같은 성공담이 일어날 일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내 돈이 들어 간 이상 가치투자는 하기 어려웠다. 투자에는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 코인에 대한 이해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실제로 가치투자가 성립되는 지부터가 의심스러웠다. 이미 한국 내 암호화폐 가격에는 프리미엄이 껴있는 상태에서 전세계 시장에 껴있는 버블까지 합치면 이 모든 것이 터졌을 때 누가 폭탄을 들고 있을지 걱정되는 폭탄돌리기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24시간 열리는 장은 확실히 일상을 갉아먹는 느낌이었다. 새벽에도, 회사에서도,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차트만 보고 있게 된다. 급락이 수시로 빈번하게 바뀌기 때문에 더 자주 봐야 단타로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의 최근 거래내역을 보면 이른바 세력의 존재도 분명히 느껴졌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세력이 개미들을 털어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부의 규제 방법과 발표 방식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규제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이야기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암호화폐에 대한 전문가가 국내에 제대로 있는지부터가 의심스럽다. 코프,김프가 보여주듯 한국 암호화폐 시장은 암호화폐 투자 전문가만 있기 때문에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듯 싶다. 현재(1월 17일)까지는 정부규제와 동시에 전세계적인 하락장이라 하루에 20%씩은 빠지는 듯 싶다. 물론 언제그랬냐는듯 회복을 할 수도 있고 끝을 모르고 떨어질 수 도 있다.
암호화폐가 실체가 없는 것이라는 비판은 의미가 없다. 당신의 생산성도 실체가 보이지 않고 측정이 어렵지만 고용주가 돈을 지급하고 있듯 실체(Object)가 없는 것에 가격가 매겨지는 것은 많다. 다만 그 가격이 코인 기술(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비해 월등하게 높게 형성되어있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완전 시장의 손에 내맡겨진 코인 가격은 신분 상승의 코인 드림을 이뤄주기도 하지만 안전벨트 없이 추락하는 신분 하락의 위험성을 둘 다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Risky하면서 매력적인 투자(투기)의 장소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리지는 않겠다. 자신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일부를 이러한 Risk와 과실을 얻을 수 있는 코인판에 넣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일 수도 있다. 다만 전재산을 투자하거나 대출을 받아서 투자하는 경우는 지양하기 바란다. 모든 것을 걸기에는 버블이 많이 껴있다. 또한 암호화폐 관련 커뮤니티에서 보이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종교적 믿음도 멀리해야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하락장에서도 존버(손해가 나도 계속 버티는 방법)를 하면 언젠가는 다시 회복해 수익을 낸 적이 있다는 과거의 사실을 회기하면서 어딜가나 존버라는 단어가 보인다. 투자에서 존버를 외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존버를 하고 있다는 것부터가 이 코인판에 대한 종교적 믿음과 끝없이 펼쳐질 상승장만 있길 원하는 투기의 심리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닷컴버블 이후 이러한 버블 현상은 처음 목격한다. 세계 금융 위기를 비롯한 경제 폭락은 최근에도 몇 번 볼 수 있었지만 이러한 가치폭등은 닷컴버블 이후 처음이었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블록체인 대한 기대감은 확실히 생겼다. 하지만 현재 있는 암호화폐들의 가치는? 여전히 물음표이다. 현재 1000개 넘는 코인 종류가 있다. 이중 몇가지가 살아남을까? 놀라운 것은 아직까지도 미국 정부의 조치가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도 정상적인 정부가 있었다면 이런 현상이 나오기 전부터 서서히 조치를 취하고 있을 터였다. 블록체인이 탈중앙화, 탈정부화가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대기업과 정부가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발족하는 암호화폐가 앞으로 없으리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블록체인이 누군가의 고유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규제, 미국 정부의 움직임, 투자자들의 심리, 암호화폐와 실제 세계의 접목(비트코인 결제기, 리플 입/송금 시스템 등)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의 등락을 결정할 것이다. 다만 개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존버에 대한 종교적 믿음을 버려야하고 적어도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자신이 투자하는 코인에 대한 기술적 이해, 거래소에서 볼 수 있는 코인의 거래량, 차트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고 일확천금의 기대라도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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