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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Movie] 원전 재난 영화 판도라

# 판도라
이 영화는 개봉까지 꽤나 시간이 걸린 걸로 알고 있다. 그리고 영화를 직접 보니 왜 개봉을 쉽게 하지 못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반 원전 메세지, 그리고 기득권과 정부에 대한 부정적 묘사는 아무래도 박근혜 대통령이 실권을 잡고 있는 시기에는 개봉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최근 CJ가 변호사, 광해 등의 영화를 제작하였다고 하여 대통령이 좌파, 빨갱이라고 지칭하셨다고 하니  판도라도 그 분 마음에 들지 않았을듯 싶다. 아무튼.

영화는 단순하다. 지진으로 인해 원전이 파괴되어 전 국가적 재난을 겪게 되는 스토리다. 국내 영화 시장에도 재난물 영화는 많았지만 국내에서 원전을 소재로 재난 영화를 만든다는 건 나름 흥미로운 부분이다. 원전 마피아라고 불릴 정도로 원전을 둘러싼 이권 다툼, 비리들이 넘쳐났고 여전히 원전에는 많은 권력과 비밀들이 얽혀있기 때문에 영화 자체가 영화 속 총리(이경영 역)같은 분들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영화를 본 원자력 에너지 관련 전문가들은 <판도라>가 탄탄한 팩트를 기반으로 하거나 고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많은 비난을 받기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전문인 분야나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와 관련된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영화라는 허구적 미디어에서 완벽한 고증, 이론적 합리성을 기대하는 건은 조금은 과한 욕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된 정보인지는 여기서 다룰 문제는 아니다.

영화 자체만 보자면 평범한 B급 재난 가족 신파 영화에 가깝지만 <판도라>를 가볍게만 볼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울산을 비롯해 바닷가를 따라 포진되있는 원전, 그리고 경주를 중심으로 한 경상남도 지방에서 최근 빈번하게 자주 발생하는 지진. 그리고 때마침 개봉한 영화는 이 현실의 두 가지 요소가 상상력으로 결합하여 만들어진 이야기가 바로 판도라기 때문이다.

영화는 많은 부분이 허술하다. 가족애를 강조하거나 낡은 정진영의 연기는 영화 국제시장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감독의 전작 연가시를 떠오르게 하는 부분도 많았다. 사람들의 위험에 대한 무감각, 무지, 그리고 욕망으로 만들어낸 재난의 출발이 원전과 연가시로 다를 뿐이다. 하지만 전달하려는 그 메세지 하나만큼은 진정성 있게 전달되었다. 정부의 무책임한 자세,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국가 비상 시스템. 국민을 향한 고압적인 자세까지. 연가시를 보면서는 막연히 정부를 비판한다는 느낌이었지만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거의 예언에 가까운 메세지였음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의 연기력이 이 영화가 유치하거나 어설프지 않도록 많은 커버를 해줄 수 있었다. 특히, 영화 필모는 이상하게도 잘 안풀리는 김남길의 인상적인 연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미생\> 배우들이 다수 출연해 반갑기도 했다. 사투리 연기가 많이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생각보다 거슬리지는 않았다.

어설프다. 영화가 어설픈 것과 상관없이 영화 속 상황들이 현실에 하나하나 맞아떨어지는 걸 보니 현실은 영화 \<판도라\>보다 더 허술하고 어설픈 곳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해운대보다는 낫고 터널보다는 못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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