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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Movie]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 여교사


# 여교사
개봉 전부터 19세 이상 관람가 영화에 김하늘이 출연한다는 소식으로 시끌벅적 했던 영화다. 이미 각종 영화평들을 봤으면 알고 있겠지만, 이 영화, 절대 야한 부분 때문에 19금을 붙인 영화가 아니다. 그러한 부분을 노리고 영화를 보러간다면 100% 실망을 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 자체로 본다면 무대인사에서 배우들이 말했듯,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영화다. 포스터나 예고편에서 보여지는 단순한 여교사의 제자 사랑이 주가 아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막장스러운 러브라인도 다가 아니다.

평범하다 못해 길거리에서 떨어지고 있는 낙엽같은 존재감 없는 30대 계약직 교사, 효주(김하늘). 정규직 TO가 비어 자신이 채용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살아가고 있다. 정규직 선생님이 출산을 하면서 육아휴직으로 인해 TO가 비자 정규직 교사가 되기위해 아이도, 결혼도 하지말라는 교감선생님의 눈치와 주위 선생님의 무리한 부탁, 학생들의 은근한 차별을 견뎌낸다. 집에 들어가면 직업도 없고 혼자서는 밥도 못 차려먹는 남자친구가 있다. 그들의 연애는 건조하다 못해 물기를 짜다 바짝 말라버린 걸레같이 누더기로 변해있었다. 그러던중 학교재단 이사장의 딸이 교사로 들어오게 된다. 자신의 직업적 위치를 위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과 너무나 상반되는 혜영(유인영)에게 열등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효주는 혜영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예영은 같은 대학교 선배라는 이유로 효주와 가까워지길 원한다. 하지만 효주는 혜영을 싫어하다못해 증오하기 까지 않다.

여기서 이 영화의 첫 번째 Point. 보통 영화라면 효주가 혜영을 싫어하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줄 것이다. 삶의 수준이 대조적인 차이를 보여서 그 간극에 열등감을 느낀다던지 혹은 과거 대학교 회상 씬이 나오면서 증오의 감정을 설명하거나 둘 사이의 일을 설명한다던지. 하지만 ‘여교사’는 그런 설명이 없다. 효주의 남편의 무능함이 한심한 것 만큼 효주의 조금은 과한 감정 또한 관객들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이들의 관계는 효주가 임시 담임을 맡고 있는 반에서 무용을 하고 있는 ‘재하’가 등장함으로써 급격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혜영’의 은밀한 비밀을 알아낸 효주는 이를 이용해 협박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협박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제일 처음 영화를 보면서 효주가 혜영을 미워하게 된 시작이 자신의 정규직 TO를 빼앗겼다는 허탈감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혜영의 비밀을 자신의 정규직 확보를 위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코너에 몰아넣는데, 그리고 '재하'를 포기시키는데 사용한다.

그리고 여기서 두 번째 Point는 재하다. 효주는 재하를 사비까지 들여 무용 학원에 보낸다. 결국 재하를 자신의 집까지 데려오게 된다. 무너진 폐허에서 발견한 반딧불 마냥 효주에게 재하는 일상의 탈출구이자, 자신의 유일힌 기쁨이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영화는 충격적인 반전과 극에 달하는 감장 고조로 이어진다. 시종일관 빠른 영상 전환과 과감한 앵글로 영화 전체를 휘김고 있는 묘한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 비현실적이면서도 너무나 차가운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효주는 지독한 함정에 빠진 것 마냥 벗어날 수 없는 생존의 늪에 빠져있다. 빽도 집안도, 빛나는 미모도, 어린 나이도 어느 것 하나 효주가 가진 것이 없다. 유일하게 빛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미친듯이 달려가봤지만 그것은 이 지옥과 같은 일상의 탈출구가 아닌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박혀있는 별 빛을 착각한 것이다. 그녀로선 다른 방법이 없었다. 효주의 인생은 센 불로 끓이고 있는 물 주전자와 같이 격하게 뜨거워졌다가 불이 꺼지자 놀랍도록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렇기에 영화의 결말은 효주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는지 모르겠다.
주연급 3배우 중 김하늘의 안정적인 연기와 푸석한 표정이 가장 인상깊었고 '재하'역을 소름돋게 잘 수행한 이원근이라는 신인 배우의 연기도 깔끔했다. 다만 유인영은 뭔가 어색어색한 느낌이 강했는데 그게 나름 캐릭터와 많이 어긋나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2017년을 여는 독특한 한국 영화. 물론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영화라 평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지만 영화관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VOD에서라도 한 번 보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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