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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Movie] 곡성 (노스포)

#곡성

개봉하자마자 보러 갔던 영화지만 곡성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기가 어려웠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한동안 곡성 스포일러 문제로 난리가 났었고, 많은 게시판에 곡성 이야기가 도배되고있다. 분위기를 잘 살린 예고편과 박찬욱감독이 보고 급체했다는 평, 그리고 이동진 평론가가 만점을 준 영화라는 편견?을 가지고 극장에 들어갔다. 초반 부분은 미스테리한 사건현장만 분리해서 제쳐두고 본다면 조용한 시골마을에 어리숙한 경찰관과 소소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는 코미디에 가깝다. 아역이 워낙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해냈기에 초반부에 웃음을 주는 포인트들이 심어져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급격한 분위기 전환과 장르의 초월까지 꿈꾼다. 외지인에 대한 소문을 흘려듣던 종구가 소문을 ‘믿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뀐다. 영화는 이런 ‘믿음’과 ‘의심’의 줄다리기를 통해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곽도원의 첫 주연작으로 황정민, 천우희, 쿠니무라 준까지 화려한 출연진과 그 어떤 출연진 이름보다 더 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감독 나홍진까지 이 영화를 안보고 싶어도 안 볼 수 없게 만드는 이름들로 영화를 채워졌다. 180일간의 촬영과 1년이 넘는 편집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영화였고 워낙 현장을 자신의 스타일로 통제하는 걸로 소문난 나홍진 감독인만큼 이 영화는 전적으로 감독의 역량이 십분 발휘된 이야기였다. 정확히 그가 묻고 싶었던 것들(인터뷰에서 밝혔듯 본인이 신에게 묻고 싶었던 것들)을 곡성 안 여러 에피소드로 풀어냈고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피드백을 남길 수 있는, 곡성은 결과적으로 ‘이야기’를 남기는 ‘이야기’였다. 

아직도 여러 게시판과 유투브에서는 곡성 해설판, 리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시선으로 곡성을 해석하고 분석한 것들이 올라오고 있다. 나홍진 감독이 스스로 말했듯 본인이 이런 다양한 관객들의 피드백을 원했기도 했고, 영화 자체가 어디에 포커스를 두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해석이 나올 수도 있는 영화기도 했다. 모두가 나홍진이 던진 미끼를 물었다, 관객도 낚시 당했다라는 이야기부터 종교와 관련된 해석까지 스펙트럼 넓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감독의 역량에 찬사를 보낸다. 개인적으로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와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 영상을 보는 것이 본래 감독이 전하려던 메세지를 명확하고 깔끔하게 전달해준다고 본다. 

오컬트? 스릴러? 곡성은 이 영화를 어떤 영화장르에 넣어야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감독의 전작들과 다르게 리얼리티와 함께 신화적 요소, 오컬트적 요소가 많이 담겨있어 그의 전작이 보여주었던 현실감 넘치는 스릴러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을 줄 수도 있는 영화다.   영화를 본 뒤에 곱씹어보는 과정 자체를 별로 즐기지 않는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황정민이 이야기했듯, 10년이 지나도 곡성과 비슷한, 혹은 곡성이 다루려고 했던 주제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한국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않을 것이다. 이 영화가 개봉한 뒤 ‘이런 오컬트 영화는 흥행하기 힘들다.’ ‘황해 이후 또다른 실패를 나홍진 감독에게 안겨줄 것이다.’ 라는 이야기와 다르게 영화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어쩌면 천만을 달성할지도 모르겠다.

본인의 영화 취향이 까다롭지 않다면, 또 불친절한 영화여도 상관없다면 극장에서 꼭 한 번 보길 바란다. 급체?정도는 아니더라도 식은 땀을 흘리면서 봤다. 감정의 팽창과 영화에 대한 몰입도 만큼은 정말 이제까지 본 영화 중 손에 꼽을 수 있을정도다. 정말 오랜만에 한국영화계에도 영화를 보고 계속 생각나는 영화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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