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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 - 금태섭

#금태섭
금태섭이라는 인물을 접한 것은 1월 중순이었다. 한참 20대 총선 지역구 획정안이 지연되고 있어 정치 신인들이 고사 직전까지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와중에 강서구에 20년 전 들어왔던 정치 신인 신기남 의원이 그의 풍파의 정치 인생 끝무렵 아들 로스쿨 관련 갑질논란이 일었다. 그 사건의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새정치민주연합의 새로운 세력 뉴파티에서는 막말논란, 갑질 논란이 있었던 현직의원들을 20대 총선 공천 배제를 주장했다. 신기남 의원에게 당차원의 징계가 내려지고 바로 금태섭이 강서갑선거구에 출마선언을 했다. 대부분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터를 잡고 몇 년간의 지역사회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쌓는 것과 다르게 그는 지역에 ‘새로운 낯선’ 사람이었고 대학교 선배이자 같은 당이었던 신기남이 징계를 받자마자 출마선언을 하는 ‘싸가지 없는’ 사람이 되버렸다. 무엇보다도 안철수의 남자라는 정치인으로서 그를 평생 따라다닐 꼬리표 때문에 안철수가 국민의당 창당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 남아있는 ‘배신자’라는 이미지도 남아있었다. 그가 아무리 야당 성향이 짙은 지역에 출마했더라도 정치인으로서 취약해보이는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와 맞붙는 구상찬 후보는 지역에 오래있었던, 얼굴이 알려진 지역적 인물이자, 스스로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친박임을 내세웠다. 여러 면에서 금태섭의 정치적 이미지와 대척점에 서있는 후보였다.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라는 그의 책에서 회고하듯, 그는 60여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안철수 진심캠프에서 대선을 준비했고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캠프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경선에 나왔던 경험을 십분 살려 이번 선거에 임한듯 하다. 정치권에 얼굴을 드러낸지는 꽤 됐지만 본격적으로 자신의 캠프를 꾸려나가는 모습에 있어서 어설픈 정치신인의 모습은 없었다. 그의 아들이 SNS를 맡아 금태섭캠프의 젊고 유쾌한 이미지를 충분히 어필할 수 있었다. 그의 후원회는 한때 안철수 후원회장을 맡았던 작가 조정래가 대표를 맡아 1억 5천이라는 후원금 제한액을 금방 채워나갔다. 신선한 이미지와 선거운동으로 주민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엎치락뒤치락 하는 구상찬 후보와의 여론조사 때문에 선거결과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았다. 출구조사에서도 아슬아슬한 승리가 예측됐고 실제 개표결과에서도 치열한 승부 끝에 당선을 거머쥐었다.

이번 선거를 통해서 그가 바라던 이기는 야당이 등장했지만 그가 진정으로 원하던 야당의 모습은 아니었다. 공천 관련 갈등과 여전히 내부의 갑질논란, 책팔이 논란을 일으켰던 의원을 공천을 주는 등 자기식구 감싸기 모습은 여전했다. 제1당의 위치에 서있지만 아직도 당대표 추대관련 갈등만 일어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승리는 야당이 잘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새누리당과 현재 대통령에 대한 민심 때문에 나타난 반사이익에 불과하다. 선거가 끝난지 한달도 안지났지만 지금 총선을 치뤘다면 다시 한번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을까?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에서는 정치신인 금태섭의 쓰라린 정치입문기에 가까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그의 선거운동을 지켜보면서 적어도 그가 과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념논리나 진영논리가 아니라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정치인이 될 가능성을 보았다. 이제 그가 국회에 입성했다. 지역구에 대한 화려한 선전문구, 무책임한 선거공약보다 검찰개혁,새정치를 들고 나왔던 그가 20대 국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그가 스스로 말했던 진정한, 이기는 야당을 만들 수 있을까? 합리적이고 상식에 맞는 행동을 보여주는 정치인이 될 수 있을까? 임기가 끝날쯤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라는 책을 읽었을 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정치인생을 마무리할 때 또다시 그의 정치 회고록을 만나보고 싶다. 그때는 우리 사회가 그가 말했던 여러 의견들이 존중받고 단체, 국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건강한 사회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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