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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국적은 나를 규정할 수 있을까?

1.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국적이 영향을 미치는가?

먼저 개인 경험의 축적을 통해 얻은 선입견이 관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불어를 배운 사람은 길거리에서 프랑스 사람에 대해 친근함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최근 연이은 중국인들의 살인사건 뉴스보도를 보고 중국인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선입견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정말 국적과 국가이름의 문제일까?라는 논의를 나눴다. 국내에서도 지역에 따른 음식문화가 편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같은 국적 안에서도 문제가 생기곤 한다. 바로 익숙함과 익숙하지 않은 것의 대립이다. 앞선 예시에서 중국인이 살인사건을 저지른 뉴스를 본다고 해도 중국인에게 두려움을 가질까? 범죄자에 대한 공포는 있을 수 있어도 자신의 국가에 대해 선입견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과 함께 개인의 취향과 경험을 넘어서 역사와 문화, 교육, 언론, 시대적 영향 등을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이미지를 학습하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국가에 대해 선입견이 생기는 것이고 이 프레임을 고스란히 해당 국가의 국민에게 적용하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서 국적이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적이 항상 관계에 있어서 최우선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보다는 첫만남에서 가질 수 있는 첫인상,선입견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일단 타인과의 관계형성에서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공통의 언어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에 모두들 동의했다. 언어소통이 가능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보낸다면 이국의 타인과 관계는 같은 국적의 사람과의 관계 형성과정과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2. 나를 규정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내가 ‘손을 드는 행위’가 재미있어서 행했다고 가정하자. 과연 나를 바라보는 타인들은 나의 행동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 단순히 행동의 결과를 관찰할 수도 있고 제각기 다른 자신의 경험을 투영해 행동의 원인을 제멋대로 분석하려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그것이 온전한 나인가에 대해 어떤 의견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국적, 나이, 성별, 거주지, 생일 등의 사회가 개인을 분류하기 편하게 달아놓은 네임태그는 우리를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삶의 이력을 살았는지도 비슷하게 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그것은 온전히 나를 설명할 수 없다. 거의 모든 유사한 정보를 가지고 태어나고 살아가는 쌍둥이의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둘의 존재를 ‘=(Equal)’로 표현할 수 없다. 자신의 내면에 있는 생각을 모두 내뱉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개인은 '내면의 자아'와 ‘외적인 자아’가 존재할 것이다. ‘외적인 자아’도 만나는 사람과 상황마다 분류가 가능할 것이다. 부모님을 만날 때, 후배와 점심식사, 회사 선배와의 회식자리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규정하는 각각 다른 ‘나’는 실존적인 나와 같지 않다.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스스로 나를 규정하기 어렵다. 좋든 싫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와 작고 커다란 영향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자신을 규정할 수 없다면 사회가 규정지은 OO의 아들,딸, OO회사 OO부서 사원, OO대학 OO학과 재학생, OO아파트 거주민으로 남을 것이다. OO의 빈칸 내용만 교체하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이 사회적 관점은 우리를 사회에서 교체 가능한 존재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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