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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 허수아비 춤

매번 대선 때마다 언급되는 선거에 효과적인 마법의 단어들이 있다.
지켜질 수 없는 반값등록금 공약, 복지확대정책, 그리고 경제민주화.
선거에 나오는 대부분의 이들이 경제계와 커넥션이 있는데도
경제민주화를 정책으로 외치는 것은 마치 대통령으로 뽑아주기만 하면 자기 사지를 절단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다.
현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사실상 대통령이 당선된 순간부터 실행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고
불과 전 대통령부터 대표적인 비민주적경제활동가?이기에 아직도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는 참 자주 접하지만 멀게만 느껴진다.

우연히 책꽂이에서 찾은 이 책은 2010년부터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는 근현대사 소설의 대가 조정래씨의 작품이다.
이 책을 책꽂이에서 빼놓은지 1년이 넘어서야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점은 부끄럽지만 
책을 펼치는 순간 쉽게 읽히는 글로 슥슥 잘도 넘어가 금방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최근 1년 사이 참 많은 소설들을 읽었지만 우리의 사회를, 바로 지금 현대인들의 삶을 담은 소설을 접한게 손에 꼽을정도로 적다. 
자기계발서와 역사소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시대적 과업, 정치적 시선이 담긴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들어가지 못한건 
그런 소설이 적게 등장하기 때문일까 혹은 대다수의 독자들이 그런 소설을 외면하기 때문일까.
둘 중 하나의 문제여도 심각한데 둘 모두 해당하는 문제라면 더욱 더 큰일이다.

이 허수아비 춤은 얼마안남은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어른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뒤의 서평에 나와있듯 조정래와 함께 현재에 대해 목소리를 냈던 작가들은 이미 떠나고 남아있지 않다. 현시대의 작가들은 기형적인 출판유통과정과 낮은 독서율로 가볍고 모두가 쉽게 읽을 만한 가벼운 이야기들을 옮겨 담고 있다. 
훗날 미래에서 우리세대를 어떻게 볼 것인가? 생존을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한 5포세대로 볼 것인가? 다른건 몰라도 책이, 드라마(연극이)가 현시대를 직시하지 않기에 우리는 잊혀진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짧은 140자의 초단위 통신과 자의식의 과잉을 보여주는 SNS를 제외한다면 미래세대가 우리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이 소설은 더이상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역사적 사명을 수행하는 늙은 작가의 역작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판소리같은 이야기, 소설의 흐름을 가끔씩 놓아버리는 부연 설명은 분명 과거의 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낡은 텍스트이지만 조정래씨가 담고 싶었던,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오히히려 생생한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누군가의 리뷰처럼 이 소설다운 이야기를 읽고 오늘 뉴스를 보면 책에서 풍자했던 자본과 대기업, 정부, 노동자의 이야기가 소설에서 그대로 현실로 이어지는 서늘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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