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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Review] 방황하는 칼날 -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백야행>이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당시 추리소설에 딱히 관심도 없었고 작가 이름도 모른 채 3권짜리 책을 묵묵하게 읽어나갔던

기억이 있다. 다만 책의 내용이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상상을 뛰어넘는 부분들이 많아

놀랐고 그의 심각한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트릭들 또한 식상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책 이후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부분의 책을 읽어왔고 앞으로도 읽어갈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설이 그의 백야행처럼 무겁지 않고 가벼운 추리소설 느낌이 나거나

편지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다른 느낌의 소설로 채워져있다.

이번 방황하는 칼날을 집자마자 얼마전 영화로 만들어진 방황하는 칼날이 생각났고

이 책의 두께에서 뭔지 모를 기대감을 품게 되었다.



줄거리는 대부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한창 나오던 시절이 있으니

처참하게 성폭행당하고 살해당한 딸, 심지어 가해자들은 그 장면을 비디오 녹화를 해놓았고

전혀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을 채 아이들이 떼를 쓰듯 경찰에 잡히는 것을 무서워 할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 범인들의 정보를 알게된 피해자의 아버지가 범인들을 직접 처단하러 가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서는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트릭같은 것은 등장하지도 않고 

무거움으로 치면 백야행과 비슷한 느낌이다.

가장 주목할 점은 이 책은 우리에게 그리고 사회에게(일본에게지만 한국에도 어느정도 적용되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법이란 무엇이며 정의란 무엇인가

법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법은 정의를 지키는 가

때마침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는 도중 접한 소설이라 더욱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법은 피해자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Equality(동등성)은 법의 원칙, 정의의 원칙이 될 수 없다.

피해자가 당한 것을 그대로 가해자에게 되갚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이성적으로 이런 말들을 내뱉을 수 있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써낸 활자를 읽다보면

책을 쉬지 않고 한번에 읽은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참혹한 현실을 그려놓았다.

범행장면과 그 뒷 수습 장면은 여러번 책을 덮을정도로 생생하면서

책의 표지만큼 그로테스크하게 그려놓았다.

이런 장면을 피해자 아버지가 비디오테이프로 생생하게 보았다면

그 누가 피해자 아버지를 살인마라고 부를 수 있을까

판단은 책을 읽고 나서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역시 읽고 난후 서적이 꽂혀있는 책꽂이에 얌전히 들어가 있는

책보다 읽고 나서 머리속에 커다란 자리를 잡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은 언제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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