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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즐거웠던 사이버펑크 2077

어떤 게임의 엔딩을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스토리가 있고, 메인 서브퀘스트가 존재하며 플레이 타임이 20시간을 넘어가는 게임을 엔딩 본 것은 거의 10년 만이었다. 군대 가기 전, 당시 출시된 전설의 GOTY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1이 출시되어 엔딩을 보기 위해 밤낮없이 게임패드를 붙잡고 있었다. 그 뒤로 수많은 게임들이 많이 나왔지만, 엔딩까지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10년이 지나 직장인 아저씨가 된 상태에서 어릴 적 꿈이었던 플레이스테이션을 구매했다. 물론 어렸을 적 꿈은 플스2였지만 구매한 건 플스5가 되어서였다. 제품 넘버링의 숫자 차이만큼이나 많은 세월이 흘렀고, 열정 또한 흐려졌다. 플스5를 시작할 게임을 무엇으로 구매할까 고민하던 중에 ‘사이버펑크 2077’를 구매했다. 버그와 미구현 부분이 많아 워낙 악명이 자자한 덕분에 실물 게임 디스크의 가격도 덤핑 수준으로 내려와 있었다. 작년 기준 2022년에는 플스5 전용 게임이 많지 않았는데, ‘사이버펑크 2077’는 플스5를 지원해줘서 플스5 그래픽 성능을 체험할 겸 사이버펑크를 시작했다.

그래픽은 당연히 최고사양 PC보다 떨어지겠지만, 최신 세대 콘솔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그래픽이었고, 프레임도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 끊기는 경우가 한 두번 정도에 불과했다. 사이버펑크 2077가 워낙 최적화를 못한 게임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정도는 감수하고 할 만했다. QHD 144Hz 모니터에 연결해서 플레이했을 때 FHD 60Hz보다 훨씬 부드러운 느낌을 받아서 불편함을 덜 느꼈을 수도 있다. 플스5로 볼만한 그래픽을 냈기 때문에 ‘사이버펑크 2077’를 더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 수 많은 버그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이 극찬하는 것은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게임 내에 충실하게 구현한 오브젝트와 도시 등의 디자인이었다. 플레이하면서도 감탄할 만한 분위기와 나이트시티 도시 디자인은 사이버펑크의 단순하고 일직선 스토리만을 진행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도시로 보였다. 높이 뻗은 빌딩과 그 사이 골목에 들어가면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는 내가 정말 V가 되어 ‘사이버펑크 2077’의 새로운 세상에 들어와 있는 체험에 가까운 게임이다.

오픈월드라는 게임 입장에서 보면 ‘사이버펑크 2077’는 오픈월드 게임이지만 GTA와 UBI식 오픈월드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게임으로 느껴졌다. 매번 반복되는 미션은 아니지만, 운전하고, 싸우고, 잠입하는 전체적인 미션 흐름은 반복적인 패턴이었다. 다만 배경이 달라지거나, 동료가 달라지거나, 상황이 달라지는 정도이다. 행인들의 대화는 꽤 많은 스크립트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주인공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물이나 건물, 오브젝트는 한정적이다.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엔딩까지 갈 수 있었다. n회차를 잘 안하는 나도 엔딩이 여러 개 있다고 해서 3개의 엔딩을 보려고 다시 깼다. 다양한 엔딩을 보기 위해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할 필요는 없고, 마지막 가장 중요한 분기점?에서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따라서 결말이 완전히 달라진다. 불필요한 노가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한국인으로서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훌륭한 수준의 ‘더빙’. 외국 게임에서 더빙을 듣는 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자막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을 게임 속 분위기를 맛깔나게(어떤 분들은 어색하다고 하지만) 살려주는 더빙 덕분에 게임을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꼭 더빙으로 게임을 즐겨보길 바란다.

 

단점은 당연히도 쏟아지는 버그. 이상한 모션 동작 버그와 게임을 진행할 수 없는 버그도 있다. 게다가 내 경우에는 분기점 직전 세이브 파일이 버그에 오염?당한 덕분에 더 다양한 결말을 볼 수가 없었다. 잘 만들어진 나이트 시티와 매력적인 인물들이 게임 속에 고스란히 남겨졌다는 사실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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