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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넷플릭스] 겨우, 서른

중국 드라마라고 하면 왠지 삼국지나 역사 배경 사극일 것 같고, 무술을 할 것 같거나 무섭게 생긴 포청천 아저씨가 나올 것 같은 편견에 사로

잡혀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겨우,서른>은 그런 편견을 완전히 빗겨가는 드라마였고, 올해 본 드라마 중 가장 인상적이고 공감을 하면서 본 드 라마였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겪고 있는 고압축 경제 성장, 도시화, 기존 문화와의 충돌, 획일화, 정 치체제에 따른 갈등은 지구상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도 가장 크고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어찌보면 우리나라가 60-90년대에 겪은 성장통보다 더 크고, 더 강한 고통을 더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겪었 을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그렇기에 이 <겨우, 서른>은 상하이에서 살아가는 이제 막 서른을 맞이한 세친구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들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또한, 전 혀 다른 체제의 나라에서 살고 있는 나조차 이 드라마를 보면서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서른’이라는 중간쯤의 나이와 도시에서 버티면서 살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과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3명(혹은 4명)은 30살, 상하이에 거주하는 여자들이다. 누가봐도 행복한 가정에, 성공 한 폭죽사업을 남편과 같이 운영하는 구자. 세 친구 중에 가장 부유하고 성공한 자수성가의 삶을 살 고 있고, 뛰어난 책임감과 문제 해결능력으로 남편도, 친구도 문제가 생기면 구자를 쳐다보고 있다. 드라이한 남편 천위와 대화없이 살아가는 중샤오친. 아이를 원치도 않고, 집에서는 물고기만 바라 보고 있는 남편에게 질려 이혼을 하게 된다. 유명 명품 브랜드 매장 ‘미실’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왕 만니. 고향을 떠나 상하이로 상경한 후,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져야한다. 당장의 집세도 걱 정할만큼 상하이 생활을 녹녹치 않다. 출생 배경도, 경제적인 수준, 처한 상황도 각기 다르지만 상하 이에서 살아가는 30대 여자로 서로에게 공감하고 위로받으면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다. (+4번 째 주인공은 영상 맨 마지막에 나오는 가족의 엄마가 아닐까 상상해본다.)

 


주인공 3명(혹은 4명)은 겹치는 게 없이(성격, 집안, 소득, 거주지, 취향) 모두 다른 캐릭터를 가 지고 있음에도 ‘다름’에서 서로 갈등이 생기기보다는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 에 공감해준다. 언제든지 어려울 때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들이 든든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샤 오친이 홀로서기에 나설 때, 만니가 상하이로 돌아올 때, 구자가 새로운 걸음을 시작할 때 친구들의 응원은 빛을 발한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친구와 우정만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그런 드 라마는 여럿 있다.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젊은 청춘들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 미드 ‘프렌즈’나 ‘How I met your mother’ 같이, 많은 캐릭터-그들의 연인들-친구들까지 다뤄야 하기 때문에 그 인물에 집중하기 보다는 친구들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사건에 집중한다. ‘겨우, 서 른’은 그런 프렌즈 물 드라마가 아니다. 제목처럼 갓 서른이 되어 오롯이 독립했지만, 이제 막 시작 하여 앞길을 알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다. 스토리의 대부분이 세 친구가 만나서 벌어진 사건들보다 는 한 명씩 돌아가며 각자의 인생, 인물에 집중한다. 모두가 심각한 일을 맞딱드리고, 도저히 답을 알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힌다. 그리고 문제를 풀어나가길 노력한다. 서른은 미숙하지만 이런 일들을 겪기 시작하는 나이다. 우리가 이 드라마에 더 공감하는 것은 샤오친, 구자, 만니처럼 우리도 삶 속 에서 만남과 사랑, 이별과 극복, 갈등과 해결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겨우, 서른’ 드라마를 더 소중히 여길 수 밖에 없는 점은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세 친구 틈에 나도 끼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인생과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두 명의 친구들과 같 이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뿐만 아니라 마음 속 꾹꾹 눌러담은 나만 아는 힘듬과 어려움을 토로하면 구자의 이성적인 조언, 샤오친의 긍정적인 응원, 만니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힐링’ 드라마였다.

 

++) 드라마를 보면서 한 번도 중국스럽지 않고 세련된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드라마 엔딩 장 면은 너무 중국스러워서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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