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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Book] 리스본행 야간열차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나는 책을 읽기 전에 당연히 여행과 사람이 뒤섞인 적당히 흥미로운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소설 초반 부분까지 포르투기스를 쓰는 새하얀 여자에게 반해 여행을 떠나는 단순한 연애소설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받은 첫인상은 이 소설이 실제로 담고있는 모습에서 많이 빗나가 있었다. 

그레고리우스는 어느날 자신의 소중하지만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에서 일탈하여 리스본으로 향한다. 그날따라 새하얀 포르투기스를 쓰는 여자를 만나고 헌책방에서 포르투갈어로 써진 미스테리하면서도 그레고리우스의 마음을 이끄는 책을 발견하고 무작정 책에 대해서 알고자 리스본으로 향한다. 자신이 몇 년동안 수업에 사용했던 책을 그대로 교탁 위에 두고 무작정 탈출한 이 아슬아슬한 일상탈출기는 자칫 또다시 지루해져버릴 수 있는 일탈여행의 새로운 목적을 부여함과 동시에 프라두라는 언어의 연금술사이자 영재였고, 반독재 운동을 했던 인물에 대해서 알아간다. 그의 행적을 거꾸로 되짚어보고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들을 찾아가서 프라두에 대한 조각을 모은다. 그레고리우스는 단 한번도 프라두를 직접 만난적이 없지만 그가 만난 어떤 사람보다도 프라두에 대해 잘 알고 있을지 모른다. 모든 인물들은 입체적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비춰지는 모습이 다를 뿐더러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외적인 모습과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는 혹은 품고있는 생각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레고리우스는 그의 가족부터, 그의 친구, 연인이 될뻔한 사람들, 그리고 그가 서재에서 수만번 반복적인 사고를 통해서 써내려갔을 그의 글들, 그가 성장한 뒤, 학생일 때 일어났던 사건들을 모두 모아가는 행위를 통해서 그레고리우스는 자신에게도 큰 변화가 있는 여행을 한다. 


삶과 시간,여행,사랑. 사실상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놓았다. 소설 속 프라두는 신을 지적하기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족함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냉정한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그가 책에서 다루는 모든 주제와 그것을 풀어내는 단어는 삶에 대한 대단한 애정이 없으면 써내려갈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미 지나온, 그래서 과거가 되어버린 미래를 겪은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돌이키기 위해 옛날로 돌아가길 원한다. 지나온 시간이 괴롭지 않은 사람도 돌아가려고 할까? 다시 한 번 손에 모자를 쥐고 따뜻한 이끼 위에 앉아 있고 싶은 것,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길 원하면서 그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이미 겪은 나를 이 여행에 끌고 가려고 하는 것, 이는 모순적인 갈망이 아닌가.”


“끝나고 나면 모자라는 인생을 더 이상 그리워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들은 삶이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여행을 통해 많은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프라두의 삶을 탐구하면서 그레고리우스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될 것인가. 분명한 것은 그가 헌책방에서 프라두의 책을 집어들었을때 작게 떨리던 그의 영혼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크게 울림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책 뒤에 있는 작가의 말인 “삶을 다르게 사는 것도 가능하다.” 이 문장은 우리의 영혼을 떨리게 한다. 나는 특히 제주도에서의 여행길 위에서 이 책을 읽었기에 더 크게 흔들렸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꼭 들고 가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이다.


“내 영혼아, 죄를 범하라. 스스로에게 죄를 범하고 폭력을 가하라. 그러나 네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나중에 너 자신을 존중하고 존경할 시간은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이생은 한 번, 단 한 번뿐이므로. 네 인생은 이제 거의 끝나가는데 너는 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았고, 행복할 때도 마치 다른 사람의 영혼인 듯 취급했다…자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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