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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Movie] 종이달

가쿠다 미쓰요의 원작 소설은 평범한 주부가 주인공이지만 다른 어떤 스릴러 못지 않은 긴장감을 끌어내는 소설로 유명하다. 
일본에서 성공한 소설이 다들 그렇듯 이 소설도 흥행에 성공해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도 나왔고 영화도 개봉했다. 
영화는 소설이 가지고 있는 형식을 빌려오기보다는 큰 이야기 구조를 유지하고 과감하게 디테일을 삭제하는 등의 변화를 주었다.
영화와 소설의 분명한 차이점은 조만간 소설을 읽고 다시 한 번 포스팅할 예정이다.

영화는 리카(주인공)가 자전거를 타는 장면, 여고생이 성당에 앉아있는 장면, 그리고 은행일을 하는 현재 장면으로 나누어져있다. 
평범한 은행업무를 진행하는 리카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남편과 둘이서 잘지내고 있다.
 남편이 리카에게 무관심한 측면도 없지 않으나 나쁜 남편은 아니다. 리카의 동료들 또한 마찬가지다. 
유코는 유부남과 바람을 피고 사치를 일삼지만 나쁘거나 미운 동료는 아니다.

코타 또한 유부녀와 연애를 하지만 딱잘라 나쁜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다. 
위안을 받고 싶었던, 보이지 않는 목표를 향해 표류하는 사람이었다. 
칼 같은 성격의 은행 동료 유리코 또한 리카의 입장에서는 방해되는 존재이지만 
그 또한 워낙 원칙적이고 꼼꼼한 성격을 가졌을 뿐이지 나쁜 성품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다. 
은행에서 돈을 횡령하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리카도 대책없는 사람으로 보이지 마냥 나쁘게 보이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등장하는 인물 모두 주변에 있을 법한, 그야말로 심심한 우리네 이웃, 친구, 가족이다. 
이 지나치게 평범하고 성실한 현대인의 무료한 삶 속에서 리카는 달을 쫓으며 외로움을 달랜다.
자신이 쫓고 있는 달이 종이로 만들어진 허무한 달임을 알고도.

( 마치 위대한 개츠비 영화를 보는 듯한 호화로움 속의 무료함, 허무함을 이 영화도 잘 보여주고 있다. )

영화의 줄거리를 대략적으로 알고 봤지만 어디선가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과 빠른 전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끝부분에서는 심박수 비트와 같은 BGM을 통해 영화적 스릴을 극대화한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면 더 헷갈린다. 
이 영화는 '화차'와 같이 무분별한 소비나 횡령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그에 대한 경계를 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리카가 끝까지 더 큰 돈을 횡령하기 위해 허위과장 광고를 돌리거나 '같이 갈래요?' 라며 창문을 깨고 나가는 탈출장면을 통해 
이 영화가 교훈을 줄 것이라 예상했던 모든 관객을 유리코로 만들어버려 유리코의 벙찐 표정과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만든다.

영화의 결말을 두고도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든다. 
그녀가 훔친 돈으로 기부했던 것은 과연 나쁘기만 했던 것일까. 
이동진 평론가가 극찬을 한 영화, 평범함을 포장한 일탈종합선물 세트같은 영화’종이달’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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